(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 지방정부 인사가 두 달 간격으로 속속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중 간 소통이 활발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스모우쥔 중국 간쑤성 부서기는 지난 6일 나흘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은 간쑤성의 최고위 인사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 부서기는 7일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한-간쑤성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한중관계 증진에 기여해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스 부서기의 방한에 앞서 지난 4월엔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 6월엔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해 한-중국 지방정부 간 긴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쑤성과 랴오닝성, 장쑤성엔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만큼, 일련의 소통은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등 한중 간 경제협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방정부 인사의 ‘릴레이 방한’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전후로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이 탄력을 받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졌고 이에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
이후 지난 6월엔 차관급으로 이번에 격상한 양국 외교·국방부가 참석하는 ‘2+2’ 형식의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으며, 지난달엔 제10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도 개최됐다. 또한 지난달 26일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조 장관과 왕 부장이 재차 양자회담을 가졌다.
외교가에선 이러한 한중 간 소통 동력이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그의 답방은 한중 간 오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일련의 한중 간 소통의 진전은 최근 소원한 북중관계와 현저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4년 만에 방북으로 북러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양국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특히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 부활 등을 담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준 군사동맹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후 북러 양국은 군사·경제·인적 교류 등을 활발히 진행하며 정상회담 후속조치 이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북중 양국 사이엔 미묘한 냉기가 흐르고 있다. 최근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1주년을 맞아 개최한 각종 행사에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이 밖에도 중국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문제가 불거지고, 다롄시에 설치됐던 ‘시진핑-김정은 발자국 동판’ 제거 등 이상 징후가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이상기류 관측과 관련해 ‘억측’이라며 ‘북중 혈맹은 불변하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실제 나타나는 상황들은 중국의 공식 입장과는 결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와 연결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며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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