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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급락을 계기로 달아오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목소리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머뭇거리는 야당을 겨냥해 대통령실은 “주가 하락의 원인이 제공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금투세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1%의 거액 자산가만이 아닌 전체 주식 투자자 100%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7일 대통령실은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달라”며 “금투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고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이달 6일 당정협의회에서 국내 증시 폭락 상황을 언급하며 한목소리로 금투세 폐지를 강조한 데 이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현행대로면 금투세는 내년부터 시행돼 주식·펀드 등 금융 투자를 통한 수익이 연 5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개인투자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대주주 이탈에 따른 증시 침체와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및 건강보험료 상승, 부동산 쏠림 등 복합적이다. 특히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취약한 체질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금투세를 폐지해야 하는 당위성도 강해졌다. 최근의 폭락 이후 반등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투자자다.
금투세 대상자도 2019년 612만 명에서 2023년 1403만 명으로 제도 도입을 논의하던 때보다 크게 늘었다. 정치권과 금융투자 업계는 금투세 부과 예상 대상자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최소 150조 원 규모라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 2500조 원 중 6%에 달하는 규모다.
대통령실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우리 증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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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면 증시 ‘큰손’이 이탈하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복리 투자 이익을 앗아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연말정산에서 손해를 보고 건강보험료 부담을 크게 질 수 있어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사실상의 ‘중산층 증세’가 된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얻을 수익이 줄게 되면 종국에 부동산이나 해외 증시 등 다른 시장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여야가 더 이상의 대립을 멈추고 금투세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증시 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에 있는 자금이 해외 증시 등 다른 분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과 금융투자 업계에서 금투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는 대표적인 요인은 5가지 정도로 나뉜다. 먼저 최대주주를 포함한 슈퍼개미들의 증시 이탈 우려가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최대주주들은 상속세와 배당소득세 등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데 여기에 금투세까지 추가될 경우 주가 부양의 의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대다수의 중산층 투자자에게 자산 증식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금투세 논의 직전인 2019년 말 612만 명에서 지난해 말 1403만 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상위 큰손 1%가 빠져나가면 작은 손 99%는 하락 쓰나미를 피할 수 없고 100만 원을 투자한 분들도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이 폭락하면 지방 부동산도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다.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온 채권 투자자들에게도 금투세는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 그동안 비과세였던 채권의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장외시장에서 23조 원 이상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금투세 법안이 처음으로 통과된 2020년 상반기(1조 8000억 원)보다 13배 증가한 규모다.
금투세 시행 시 5000만 원의 기본공제가 되는 국내 주식과는 달리 채권은 250만 원을 넘어서는 매매 차익에도 최대 27.5%의 세금을 매기면서 55조 원에 달하는 개인 채권 보유액이 연말 한꺼번에 매도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금투세 도입으로 채권시장에서 ‘본드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금 부과에 따른 직접적 영향 외에도 자본시장 투자 자체를 꺼릴 수 있는 요소도 곳곳에 산재한다. 대표적인 게 원천징수의 세금 부과 방식이다. 금투세는 매매 차익으로 이익이 나면 증권사가 상·하반기에 원천징수하고 이듬해 5월 소득과 세금 규모를 확정해 손실 정도에 따라 세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과세 당국이 감당해야 할 행정력을 개인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불편한 징수 방식이다. 게다가 세금을 먼저 징수함에 따라 투자금 자체가 축소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다.
연말정산 환급액이 주는 점도 부담이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은 실수령 급여 연 7800만 원인 사람이 주부인 아내와 미성년 자녀 1명과 함께 사는 경우를 가정했다. 이때 100만 원의 보험료를 낸 가운데 아내가 생활비 지출을 위해 3600만 원을 자기 명의의 신용카드로 소비했다면 연말정산에서 총 142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만약 아내가 국내 주식에 투자해 105만 원의 수익을 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 환급액은 35만 원으로 기존보다 107만 원 줄어든다. 아내가 벌어들인 105만 원의 수익이 과세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신용카드 공제와 보험료 세액공제도 받을 수 없다. 현행 세법에서는 부양가족이 1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벌면 1인당 최대 150만 원을 공제해주고 있지만 더 이상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에서 얻은 소득이 건보상 소득으로 인정되면 건보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연말정산을 비롯해 각종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도입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건보료에도 (금투 소득을) 당장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들어갈 여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로 인해 금투세 도입은 자본시장에서 부동산과 해외로의 자금 유출만 가속화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은 국내 증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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