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진(가명) 학생의 학업성취가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7일 대구광역시 엑스코에서 진행한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에서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시연을 담당한 임선하 덕화중학교 교사의 교사용 대시보드에 이같은 문구가 떴다. 이어 “AIDT의 맞춤형 피드백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에 현장을 가득 메운 교사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AIDT는 기본개념에 대한 학습은 물론 학생의 정답률과 문제푸는 속도 등을 종합해 학습 능력을 분석해준다. 교실에서 손을 들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AI튜터 기능을 통해 챗봇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볼 수도 있다.
실제로 임 교사는 AIDT의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채워주고 있다. 같은 성취도 ‘하(下)’ 그룹에서도 정답률 40%를 보이는 학생보다 20%대 미만 학생들을 따로 관리하는 식이다. 성취율이 낮은 학생들을 모아 매일 아침 보충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 개별 수준에 맞는 문제를 AI를 통해 맞춤형으로 제공한 뒤 관심을 기울이니 17명 학생들의 성적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연에 참여한 김미현 영어 교사는 “AI가 교사에게 학생들의 강점과 개선해야될 부분을 종합적으로 알려주고 이런 부분은 더 공부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준다”며 “일 대 다수의 교실환경을 극복할 수 있고 수업을 준비하는게 한결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AIDT는 교사의 재구성이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교과서 자료에 더해 학생들에게 추가 인쇄물 주지 않아도 교사가 삽입한 링크를 다함께 보면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관련 콘퍼런스는 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사 등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의 마무리 성격으로 마련된 행사다. 교육부는 AIDT 안착 및 수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1만2000여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2026년까지 수업 혁신에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교실 혁명 선도 교사’를 총 3만4000명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올해만 3818억원을 교사 연수에 투입한다.
연수 현장에는 초·중·고교 교사 1400여명이 참석했다. 온라인 참여자는 6300명에 달했다. 직접 연수용 AIDT를 체험하고 본인의 경험과 궁금증을 풀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부는 내년 3월 새학기부터 초3·4, 중1, 고1 대상 국어(특수),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AIDT를 도입한 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DT 도입 목적은 ‘학생 1대 1 맞춤형 수업’을 위한 것이다. 교사는 자유롭게 교육과정 내에서 추가학습 자료와 수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되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게 지식을 AI를 통해 전달받는다. 이를 통해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보다 인성과 협력능력 같은 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 생활지도에 좀 더 집중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초등교사 정모씨는 “초등학생의 경우 집중력이 약해 1분만에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는 하는데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AI교과서를 통해 수업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완제품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교수학습법을 연구하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중학교 수학교사 이모씨는 “삼각함수같은 복잡한 그래프를 배워야하는데 현재 시제품에서는 일차함수 등만 해볼 수 있어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의 수업이 교육정책의 핵심이고 이것 만큼은 끈질기고 강하게 지원하겠다”며 “대한민국이 교육의 ‘퍼스트 무버’로 새로운 교육과 수업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게 무엇이든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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