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를 향해 터트린 작심 발언은 허술한 선수 관리 시스템을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계기로 시스템의 구멍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세영은 5일 저녁(현지시각)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는데, (자신의 발언이)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산되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발언의 진의를 강조했다. 지난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무릎 인대 부상과 관련해 협회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고자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다”고 말했는데, 국가대표 은퇴 시사 보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안세영은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앞서 안세영은 이날 오전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곧바로 협회를 직격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공동취재구역에서 “협회가 모든 것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하고 있다.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는데 금메달이 하나밖에 안 나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일갈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5살부터 국가대표로 뛰어온 안세영은 오랜 기간 선수촌 생활을 했다. 선수 관리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가장 크게 느낀 건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였다. 선수촌 내에서 무릎 부상에 2~5주 정도 짧은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과 달리, 선수촌 바깥 다른 병원에선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까지 최대한 유지해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 재활에 힘써왔는데, 올림픽 직전 계약 만료로 파리에 함께 오지 못했다. 안세영은 조별 예선 뒤 “같이 오고 싶어 했던 트레이너 선생님도 못 오게 됐고, 외국인 코치님과는 (소통에) 한계가 있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런 서운함은 국제대회 경쟁자들과의 비교에서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다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 코치 1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개인)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훈련 방식이 안 되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단식 선수인 그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식 선수들은 개개인 스타일이 다른데 그것을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협회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도 비판했다. 그는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며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뺐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을 떠나도 대표로 뛸 수 있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나가다가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 때만 대표팀에 합류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수영)은 선수 시절 에스케이(SK)텔레콤 후원을 받으며 코치, 트레이너 등 ‘개인 팀’을 꾸린 뒤 개별 훈련을 이어갔다. 김연아(피겨) 또한 개별 훈련을 이어간 뒤 대회 때만 대표팀에 합류했다.
안세영의 발언을 두고 협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위 파악을 하겠다고 나섰다. 구조적 문제를 되짚어 근본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장필수 기자 / feel@hani.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