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짠물 배당주로 유명한 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자사주를 소각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주사 체제 개편이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자사주 소각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짠물 배당 주성엔지니어링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1개월 간 0.2% 내외의 배당수익률을 보이며 의 ‘짠물 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평가지표인 ‘배당성향’ 역시 지난 2019년 12.72%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한자리수를 유지중이다.
실제 14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21년 당시, 배당성향은 5.14%로 2019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22년에는 8.71%, 지난해에는 6.95%를 기록했다. 82억원의 당기순손실를 기록한 지난 2020년에는 배당 자체를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보수는 지난 2020년 10억원에서 줄곧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황 회장의 보수만 37억원으로 배당총액 24억원보다 컸다. 이 때문에 주성엔지니어링은 주주들 사이에선 ‘짠물 배당주’로 통한다. 종목토론방 등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그간의 행보와 달리 주성엔지니어링이 지난달 371억원 규모(2.03%)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 가치가 오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기 때문이이다.
사측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목적도 ‘주주가치 제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배력 강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 전환, “지배력 강화 일환”
앞서 지난 5월 주성엔지니어링은 회사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인적분할로 반도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로 태양광·디스플레이 부문을 떼어내는 게 주 골자다. 지주사인 주성홀딩스 밑에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주성엔지니어링과 태양광·디스플레이 부문 주성룩스가 신설되는 형태다. 신설 상장사 주성엔지니어링의 분할비율은 지주사가 65%, 신설회사가 35%다. 주성룩스는 주성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가 된다.
당초 주성엔지니어링이 밝힌 분할 이유는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다.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 부문을 태양광·디스플레이와 분리해 경영효율화를 이루고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경영승계에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황 회장의 지분율은 24.63%지만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9.89%), 국민연금공단(5.13%) 등 2,3대주주들이 갖고 있는 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주성엔지니어링은 소액주주 지분율도 52.1%로 높은 편이다. 특히 황 회장의 외아들인 황은석 미래전략사업 총괄의 지분율은 2.17%로 향후 승계 등을 고려하면 지배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지주회사, 사업회사를 인적분할을 추진하면 통상 지주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평가된 지주사의 신주와 사업회사의 지분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할 후 주성홀딩스는 신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이 보유한 신설 법인의 지분이 주성홀딩스의 지분과 교환돼 지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신설 회사의 지분이 적어지지만 주성홀딩스를 통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논란 퍼지자 자사주 소각
주성엔지니어링은 분할결정을 공시한지 두달만인 지난달 공시를 정정했다. 회사의 자사주를 소각하며 자본금 등이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으나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에 활용(자사주 마법)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실시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지배력 강화 이슈도 희석할 수 있고, 주주들의 반발을 일부 누르는 효과도 기대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측은 이같은 논란과 자사주 소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회사의 분할과 무관하게 그간 주주들이 요구해온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이라며 “실시 시기가 7월인 것도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자사주 소각 공시 이후 줄곧 하락세다. 이날 종가는 2만5100원으로 자사주 소각 공시가 있던 지난달 4일 종가 대비 1만2050원(32.4%)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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