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서비스 기준 강화
낮은 진입 장벽 개선 필요
금융사 준하는 제도 마련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티메프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전자금융업자로 규정된다. 이들은 온라인 가맹점의 판매대금 확보를 지원하는 정산결제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이른바 지급결제시장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Payment Gateway)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결제대행업체는 규모가 영세한 온라인 쇼핑몰을 대신해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영세소상공인의 결제지원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티메프 등 결제대행업체는 상품권을 발행하는 선불업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선불업자의 결제자금 50%를 금융기관에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관리토록 규정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 티메프의 상품권 발행 및 결제자금 관리에 대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하튼 전자금융업자는 그동안 정부의 금융혁신대상으로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규제샌드박스’라고 불리우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다. 또 지난해 9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선불업자의 소액후불결제업에 대한 겸영업무 영위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소액후불결제 업무란 이용자의 선불충전금 부족시 부족분에 대해 선불업자의 신용으로 가맹점에 재화 또는 용역 대가를 지급하는 겸영 업무로, 이용 한도는 30만원 정도다. 사실상 선불업자가 신용카드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결제대행업체의 지급결제시장 진입이 너무 용이하다는 점이다. 인허가에 비해 진입이 쉬운 등록제를 통해 결제대행업 영위가 가능하다. 진입시 재무적 요건도 부채비율 200% 이내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된다.
시장 진입 이후 영업 규제는 더욱더 문제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은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경영지도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동 규정의 제63조에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한 자기자본이 0을 초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한다. 자본잠식업체에 대해 경영지도를 할 수 있으나, 자본잠식으로 등록이 취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실제로 위메프는 2020년 이래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또 이번 티메프 사태는 자산의 유동성 부족으로 소비자의 결제 자금을 유용한 사태인데, 해당 원인을 살펴보면, 결제대행업체의 현금 등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다. 티몬도 2022년 현금확보수준이 약 8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정산 주기에 대한 규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상품판매대금의 지급 기간을 40일 이내로 규정한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정산 주기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티메프의 경우 최대 60일이 넘게 정산을 미룬 사례가 많았다. 결제 자금 수취가 급한 영세소상공인인 가맹점주는 그동안 은행으로부터 선(先)정산 대출을 받아왔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온라인 가맹점에 지급된 선정산 대출 규모만 1조원을 넘는 수준이다. 티메프의 정산자금 유용으로 상품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영세 가맹점주는 대출 상환의 길이 막힌 상황이고, 이자 및 연체 비용만 늘어날 위기에 처했다. 물론 은행도 대출채권 미회수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에 놓여있다.
지급결제시장은 엄정한 신용 질서가 생명인 시장이다. 금융사의 경우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거쳐 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체계화된 영업감독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전자금융업자로서 결제대행업체이자 선불업자인 티메프의 재무적 상황은 너무 열악하다. 이런 부실한 업체가 어떻게 국내 지급결제시장의 결제 대행이란 중책을 맡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에서부터 이번 티메프 사태까지 우리의 신용질서를 무너뜨린 일련의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특단의 금융정책변화가 요구된다. 전자금융업자의 금융업 영위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금융사에게도 요구되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도 포함시켜, 금융업 영위에 필요한 경영자의 도덕적 자질까지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또 금융사처럼 지급결제시장 진입 및 진입 이후의 자본적정성·건전성·유동성 규제를 철저히 받고, 해당 기준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바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엄정한 규제 마련 및 시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은행·신용카드사 등 금융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사료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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