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아시아 주요국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지목됐다. 엔화 강세 진정 여부가 증시변동성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간 엔화 약세가 상당폭 오랜 기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증시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77% 급락한 2441.5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11.30% 폭락한 691.28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12.40%), 대만가권(-8.35%) 지수 등 아시아 지수 전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증시 폭락 원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지목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비용(금리)로 엔화를 빌려 여타국의 높은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012년 달러당 77엔에서 지난달 160엔을 넘는 등 초약세를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엔화는 글로벌 시장 곳곳으로 향했다.
시장에서는 이전부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기존 시장의 흐름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기술주들의 가파른 상승과 일본 증시 전반 강세였다.
한편,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는 강달러에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후보는 과거 대통령 재직 당시에도 강달러와 무역불균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이 달러 약세-엔화 강세 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가운데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일본 중앙은행(BOJ)은 4개월만에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즉 ‘트럼프의 강달러 문제제기 → 경기침체 우려 →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일본 정책금리 인상’이 순차적으로 맞물리면서 엔화 강세 기조가 점차 가속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빠르게 이뤄진 것도 한 몫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폭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달러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더 큰 관심은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 속도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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