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5일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10% 넘게 폭락했다. 외국인이 하루 동안에만 67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으로, 시가총액은 49조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의 급락으로 코스피도 9% 가까이 내렸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0.30%(8200원) 내린 7만14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3.89%(3100원) 내린 7만6500원에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11.81% 급락하며,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 2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49조원이 증발했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75조원을 넘어섰지만, 이날 426조원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우선주인 삼성전자우 주가도 이날 9.52% 급락하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에서만 약 53조원이 증발했다.
앞서 미 증시에서 엔비디아, 인텔 등 ‘반도체 공룡’들의 주가가 폭락한 여파가 국내 반도체주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에도 미쳤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 대표 반도체주인 인텔의 주가는 26% 넘게 떨어졌다. 실적 악화 및 정리해고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삼성전자에서 발을 뺐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937만4680주, 금액 기준으로 669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기준 최근 5년 내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우려, 엔캐리 청산, 미국 경기 침체라는 3가지 불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면서 삼성전자 투매가 투매를 낳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를 비롯, 코스피 전체 종목의 98%인 918개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반도체주 SK하이닉스 주가마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 기술주 하락 영향으로 10%가까이 넘게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 주식 101만2860주, 금액 기준 158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에 코스피도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4.86포인트(8.78%) 내린 2441.33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0% 넘게 급락하며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고, 2020년 3월 19일 이후 5년 만에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한편 주가 하락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패닉 국면으로 일시적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바닥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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