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상도] HDC 현산, 용산 남영2구역 수주 활동 재개…정몽규 회장 논란이 변수
[땅집고] 한동안 조용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조금씩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수주전에 들어가고 수의계약을 하나씩 따내는 등 다시금 이미지 개선을 위한 시장 진입을 노리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비난을 받으면서 HDC현산 이미지가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게 됐다. 정 회장은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두고 비판을 받고 있다.
■ HDC현산, 용산서 삼성과 맞대결…도시정비 다시 시동에도 ‘쉽지 않네’
29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HDC현산이 최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최근 HDC현산은 총사업비 7000억원 규모인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남영2구역) 재개발 시공사 수주전에 참여키로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도 입찰에 나서면서 올해 첫 경쟁 수주전이 열렸다.
그런데 본격적인 수주전도 하기 전부터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삼성물산이 서울시 입찰지침 위반을 시작으로 촉발한 재입찰 논란이 HDC현산 불법 홍보 논란으로 불거지며 불똥이 HDC현산에게 튄 것이다. 조합은 재입찰과 더불어 HDC현산에 대해 입찰 제한을 걸고 입찰보증금 100억원을 몰수하기로 결정했다. HDC현산 측은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수주전은 엎어졌으나, 올해 초부터 HDC현산은 물밑 신규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2573억원 규모 대전 가양동 1구역 재개발 사업, 2742억원 규모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로 뽑혔다. 올해 현재까지 도시정비 수주액은 5315억원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지 수주전에서 GS건설, 롯데건설과 맞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HDC현산은 작년 한 해 동안 신규 수주를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수주잔고는 2022년 말 31조6430억원에서 2023년 말 30조405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어 올 6월 말에는 30조1372억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다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시장 재진입 배경은? 실적 개선·신용등급 상향 조정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상반기 실적 호조와 신용등급 개선을 통해 도시정비 시장 진입에 추진력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HDC현산 올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1087억원, 영업이익은 5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839.0% 올랐다.
특히 자체 사업과 개발 사업을 병행하며 수주액도 대폭 끌어올렸다. 올 1분기 신규 수주액은 1조7206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초에 발표한 연간 전체 수주계획(4조8529억원)의 35% 이상을 달성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분양한 7개 단지 중 서울 강변역 센트럴아이파크, 서대문 센트럴아이파크, 대우 범어아아크 등은 흥행에 성공했다.
HDC현산은 우발채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순차입금을 축소하는 등 재무지표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1조5000억원 가량의 도급사업 관련 우발채무 가운데 미착공 사업지는 3495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상당수는 올해 분양 후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업계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HDC현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했다. 현재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을 올려 받은 것이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강등한 이후 2년 반 만의 상향 조정이다. 올 하반기에도 실적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과 천안성성5·6지구 등 1000여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면서다. 연간 분양 목표 물량은 총 1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논란에도 축구팬과 ‘역대급 기싸움’ 벌이는 정몽규…”HDC현산에는 재앙”
HDC현산은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 개선을 노리고 있으나, 갑작스러운 정 회장이라는 변수로 인해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두고 몇 달째 축구팬을 포함한 국민들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싸고 절차 등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정 회장은 오히려 축구 관련 에세이를 펴내는 등 역대급 기싸움에 나서면서다.
지난 26일, HDC현산은 정 회장이 30년 축구 인생을 되돌아본 자전적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출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 회장은 책에서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졸전 탈락은 선수들의 ‘원팀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을 탓하고, 논란이 많았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해 또 한번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 회장의 태도로 인해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 논란은 현재 스포츠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퍼진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면으로 축협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으며, 직접 축협을 방문해 감사하는 ‘실지 감사’ 시기를 조율 중이다. 논란은 국회까지 갈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및 해체 요청’을 담은 국회청원(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게시 11일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HDC현산의 재개발ㆍ재건축 시장 재진입에 초대형 악재라고 보고 있다. 가뜩이나 광주 붕괴사고나 하자ㆍ부실시공으로 이미지 개선이 절실한데, 축협 문제로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지면서다. 실제로 정 회장에 대한 여론은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주전 관련 기사나 영상에는 “부실공사에 축협도 말아먹은 그 회사(를 어떻게 믿냐)”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른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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