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네 번째 책은 사뮈엘 베케트 저자의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블라디미르: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길다는 거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우린 온갖 짓거리를 다 해가며 시간을 메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 넌 그게 이성이 잠드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짓이라고 할지 모르지. (…) 이성은 이미 한없이 깊은 영원한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야”_<고도를 기다리며>中
아일랜드 출신 저자인 사뮈엘 베케트는 그의 친구를 돕기 위해 출신 국적을 이용해 1939년 2차 세계대전 프랑스 레지스탕스 단체인 Gloria SMH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그가 속해 있던 단체가 나치에 발각되자 그는 얼마간 프랑스 남단 보클루즈에 숨어 살게 됐는데, 이때 전쟁이 끝나길 막연히 기다리며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경험이 <고도를 기다리며(1952)>의 틀로 재탄생한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집필로 사뮈엘 베케트는 세계대전 이후 현대극의 흐름을 바꿨다는 찬사를 받으며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 외에도 <승부의 종말>, <발길질보다 따끔함> 등의 시·소설을 펴내며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부조리극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고도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해 쳇바퀴 같은 ‘삶’의 허무성을 꼬집기까지 한 세기가 지난 현대인들에게도 폭넓은 논의점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책을 6월의 서적으로 추천한 청년 ‘하이디’는 “이 책을 읽은 주변 사람에게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를 물으면 모두가 ‘고도를 기다리는 내용’이라는 공통된 응답을 줄 뿐이라 꼭 직접 읽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독서 이후 청년들은 해당 책을 해석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면서도 ‘고도’를 기다리는 등장인물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제자 하이디(24·여)는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인물의 관계성에 집중했다. 그는 “고고와 디디가 50년의 억겁 같은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들 사이에 농담과 대화가 없었더라면 고도를 기다릴 수 없었으리라고 얘기했다.
이어 “인간이라면 누구든 불확실한 확률에 기대를 걸며 살아가기 때문에 고고와 디디는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에일린(24·여)은 “고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삶의 목적을 찾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면서 “슬픈 세상에서 우리는 절망하고 죽고 싶어하면서도 삶의 목적을 꾸준히 찾고자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야말로 부조리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감상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기다림’에 집중해 독서를 한 써니(24·여)는 “‘움직이자’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고고와 디디의 모습이 현실에 안주하고 안정을 취하려고만 하는 나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토마스(24·남)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라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는 느낌”이라면서 “본문 뒤에 있는 작품 해설을 읽고 돌이켜보면 여러 장면이 떠오르며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독서 팁을 설명했다.
영(19·남)은 “독서를 하면서 ‘고도’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고, 그 가치를 판단하게 만들어 주는 점이 좋았다”면서 “고고와 디디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고도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다 더 좋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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