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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주거권 보장,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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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위원장은 ​민당팽이유니온 활동을 두고 “활동가의 삶은 일과 일상이 유착돼야 한다”며 “나의 꿈이 너의 꿈과 같아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사진=이강우 기자 
지수 위원장은 ​민당팽이유니온 활동을 두고 “활동가의 삶은 일과 일상이 유착돼야 한다”며 “나의 꿈이 너의 꿈과 같아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사진=이강우 기자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은 말 그대로 혼돈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사회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은 전세사기를 당해 거리로 내쫓길 처지에 몰려있다.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공간조차 얻기 힘든 이 상황을, 주거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7월 3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만난 지수 위원장은 청년들의 ‘거주’ 문제뿐만 아니라 △활동가가 된 계기 △국가 정책 △전세와 월세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민달팽이유니온에 대해서도 설명 바란다.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단체에서 지난 2021년부터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 2011년에 시작해 청년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로, 주된 활동 내용은 청년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면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상담, 대응 그리고 예방 차원의 교육 활동이다.

임대인, 공인중개사와의 관계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있는 청년 세입자들의 편에서 현안 대응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다뤄온 바 있으며, 2010년 후반부터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깡통주택 전세사기가 지난 2022년 이르러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이런 문제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던 경험을 밑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알고 싶다.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 2016년이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한 자취방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당시 임대인이 임대료를 갑자기 올려달라고 말했고, 만약 낼 수 없다면 퇴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거주했던 자취방은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은 상태로 살고 있었기에 계속 거주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도 없었다. 당시 남은 선택지는 고시원을 들어가거나 본가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 세입자의 주거권을 좀 더 주체적으로 실현하고 집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주택을 직접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달팽이집’에 입주하게 됐다.

달팽이집을 경험하게 됐고 내가 꾸리고자 하는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함께 실체를 만들어 가는 달팽이집은 나에게 너무 중요했다. 그리 더 많은 청년들이 이 같은 경험하기를 바람과 동시에 이 일을 업으로 삶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조합 활동가로 시작해 지금은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상근 근무자로 활동하게 됐다.”

지수 위원장은 “세입자와 임대인은 사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다”며 “만약 전세 계약이 정말로 동등한 계약이었다면 채무자(임대인)가 돈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 채권자(세입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부동산에서만큼은 이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이강우 기자
지수 위원장은 “세입자와 임대인은 사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다”며 “만약 전세 계약이 정말로 동등한 계약이었다면 채무자(임대인)가 돈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 채권자(세입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부동산에서만큼은 이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이강우 기자

-지금 한국 부동산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전세’와 ‘전세사기’다. 일각에선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현재 세입자가 자기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집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집을 구할 땐 아무도 그 집이 위험하다고 알려주지 않는데 보증금을 떼이고 나니 모든 것이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며 울분을 토하는 피해자분들이 많으셨다.

실제로 공인중개사가 안전한 주택이고 안전한 임대인인가에 대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세입자가 중요한 정보를 물어보면 자신의 지위에 도전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이해관계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임대인은 하루라도 더 빨리 세를 받는 게 중요하고, 중개사 입장에선 중개를 얼른 성사시켜야 소득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는 불균등한 권력관계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이 같은 불균등한 권력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선 사실 공공이 개입해 그 균형을 맞춰 줄 필요가 있다. 다만 한국의 주택 임대차 제도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진 않는다. 애초에 세입자가 집을 구할 때 그 집의 누수 문제, 곰팡이 문제 등 여러 문제를 고지받는 것이 아닌, 스스로 미리 파악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부터 불균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실 세입자와 임대인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다. 이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만약 전세 계약이 정말로 동등한 계약이었다면 채무자(임대인)가 돈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 채권자(세입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부동산에서만큼은 이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세입자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통로’ 역할 밖에 할 수 없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그 중간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한다. 거주를 위해 위험한 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하고, 임대인이 요구하는 금액에 무조건 맞춰줘야 하며, 임대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거나 ‘전세사기’와 같은 여러 사기꾼의 합작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누군가의 이윤 추구 극대화 과정에서 개인들의 생존은 등한시 여겨지고 생존에 꼭 필요한 보증금은 악용된다.”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되고 개정안, 정부안, 야당안 등 여러 가지 법안이 발의, 제정, 또 입법되는 중이다. 이 중 어느 안에 가장 공감하나.
“전세사기특별법이 처음 제정될 시기에 더 제대로 된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국회 앞에서 세입자들과 함께했다. 농성이 시작된 이유는 당시 제정된 전세사기특별법 내용이 피해자들은 온전히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피해자들 사이에 편 가르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법한 수준으로 특별법이 제정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전국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자신의 임대인이 나에게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가 진행되지 않으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민달팽이유니온은 현재는 폐기된 심상정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건이 가장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안건은 핵심은 계약이 끝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하고, 이들의 피해 보증금을 일정 수준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는 방식이다.

지금 22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부안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소 보장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없다. 그저 피해자에 대한 주거비 지원이 최소 보장으로 여기는 것 같지만 이는 너무나도 부족한 대처다. 전세사기패해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야당이 제시한 안건에도 만족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야당 안이라고 해서 피해자들을 전부 감싸지는 않으며, 피해를 전혀 구제받지 못할 세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사진 맨 왼쪽)이 지난 6월 23일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민달팽이유니온  
 사진은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사진 맨 왼쪽)이 지난 6월 23일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민달팽이유니온  

-전세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 이처럼 중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사익에 따라 ‘전세사기’라는 문제가 만들어진 만큼 전세를 폐지하고 월세로 돌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세라는 제도는 이미 한국에서 오랜 기간 자리잡힌 방식이며 일종의 ‘문화’다. 오늘 당장 전세 제도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바로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지금 전세를 폐지하고 월세로 돌리는 것을 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올바른 주택공급을 진행할지를 논하는 게 중요하다.

즉 전세제도가 갖고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세입자들이 느끼고 있는 부담도 줄이는 방식으로 주택임대차 시장 자체를 ‘탈상품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기업형 장기 임대’와 ‘좋은 품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현재도 이미 좋은 집은 많다 그저 비싸서 못 들어가는 것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당연히 필요한 거처인 ‘집’이 상품화만 돼선 안 되는데 지금 정부의 방침은 주택 임대 시장을 계속 상품화시키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집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사회보장’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주택임대차 시장 체제 내에서 전세사기와 같은 문제로 세입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게 아닌 모두에게 ‘보장’되는 주택 체계로 전면 개편돼 더 이상 세입자들의 죽음을 방관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세제 개편안이 이뤄졌다. 비록 종부세 완화는 빠졌지만,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개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선택했는데 일각에선 부자 감세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현재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자산 불평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사회적 분배를 어떻게 정의롭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소득으로 자산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자산, 특히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들을 발판 삼아 더 많은 자산을 증식하고 또 세습할 수 있는 구조다. 이 상황에 종부세 폐지를 언급하고 각종 부자 감세를 이행 및 강행하겠다는 건 계속해서 한국 사회 안에 불평등을 심화시키겠다는 것과 같다.

집과 관련된 문제들은 더 이상 시장에서 해소가 되는 것이 아닌,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해소가 실현돼야 한다. 공공의료, 공공교육과 같이 공공의 주거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임대가 한국 사회에서 부족하지만, 더 확보돼야 하는 만큼 세금을 줄이는 것은 공공주거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너무 높은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서울에 집 한 채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부자가 아닐뿐더러, 갑자기 높아진 집값 때문에 세금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집값이 높아진 건 나 때문이 아니며, 내가 왜 더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내가 살고있는 곳의 인프라가 그만큼 잘 조성돼 있고 많은 자원들이 집중돼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집 소유자들은 그 집 하나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집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자원들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아우러져 집을 담보로 높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등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권력들이 많다.

따라서 ‘나는 예전부터 집 한 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라는 말보다, 어떻게 하면 집값이 더 많이 올라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를 논해야 했으며, 높은 집값을 유지하면서 세금을 줄여달라고 말하는 게 아닌 애초에 집값이 폭등하면 안 된다고 말했어야 했다.

이미 가격이 폭등한 집을 소유하고 또 그 가치들은 누리면서 세금만 안 내겠다고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한국에는 여전히 5,000만원도 안 되는 집에 사는 사람들도 많다. 인프라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사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은 그 누구도 조명 안 해주면서 서울에 중산층 이상의 계급이 된 사람들은 지나치게 과대 조명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에겐 동네가 갑자기 재개발과 같은 호재가 생겨 집값이 올라도 좋을 게 없다. 한 지역에 소유주 중 75%가 동의하면 재개발은 무조건 이뤄진다. 나머지 25%의 가옥주들의 의견은 묵살된다. 이 25%의 가옥주들은 분담금을 낼 수 없는 입장일 수 있다. 보상을 받고 나갈 수도 있지만 그 보상금으로는 살던 곳에 계속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구도심 출신이라 더 잘 안다. 어렸을 적 등교하던 길이 지금 다 브랜드 아파트가 돼서 이제 그 길로 진입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친구들은 흩어졌고 동생이 다니던 어린이집은 없어졌다. 이렇게 보면 어떤 공간들을 계속 유지하는 것조차 이미 한국 사회에선 너무나도 큰 권력이 된 것 같다. 다만 그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쫓겨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또 빼앗기기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 여가 시간엔 무엇을 하면서 보내는가.

“활동가의 삶은 사실 일과 일상이 유착돼야 한다. 그래야 활동가를 할 수 있으며, 나의 꿈이 너의 꿈과 같아야 한다. 물론 항상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달팽이집 룸메이트들과 야식을 먹기도 하고, 연애 얘기도 하고 그냥 일상적인 대화도 한다. 밴드를 구성해 텅드럼을 치고 있다. 최근엔 일렉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올봄부턴 풋살을 시작했는데 여름에 돼서야 첫 골을 넣기도 했다. 내가 내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면 일과 일상을 분리할 필요도 있겠지만 내 일을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또 그 일을 긍정적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과 일상의 유착은 해볼 만하다.”

-본인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본인에 대해서 말해달라.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모든 동물에겐 집이 필요하다. 자기 몸을 숨길 은신처, 쉴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그러다 개체가 모이면 서식지를 이룬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에게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오가면서 마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런 공간이 보장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이 일이 좋다. 주거권을 요구한다는 건 사실 우린 존재한다라는 말과 다름없게 느껴진다. 존재하니까 잘 공간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사람 초대할 공간 필요하고, 살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거권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이 일을 할 생각이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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