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양 팀 선수와 주심이 당황했다. 투수와 포수는 모자 안쪽과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며 수신 불량을 호소했고 더그아웃에서 관계자와 달려 나와 장비를 점검했다. 기기 오류인지 설정의 문제인지 정확하게 문제점을 찾지 못해 여러 차례 장비를 손봤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피치컴을 반납한다. 최근 이런 식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16일부터 KBO리그에 피치컴이 도입됐다. 피치컴은 사인을 입력하는 송신기와 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수신기로 구성된 장치로 상대 팀의 사인 훔치기를 막기 위해 지난 2022년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시행했다.
당초 KBO리그는 피치컴 도입에 미온적이었으나 내년부터 시행할 ‘피치 클락'(투수와 타자가 제한 시간 안에 플레이해야 하는 규칙)을 위해 선수단에서 피치컴 도입을 주장하자 KBO는 이를 받아들여 미국에서 피치컴을 구매했고 전파인증을 거친 뒤 각 구단에 배포했다.
KBO는 피치컴의 사용 방법, 규정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했고 피치컴 활용 여부는 구단의 선택에 맡겼다. 올 시즌은 자율적으로 피치컴을 활용하기로 함으로써 현재 피치컴을 쓰는 구단도 있고 사용하지 않는 구단도 있다.
그런데 피치컴을 사용하던 중 가끔 문제가 생긴다. 피치컴은 사인 교환 시간을 줄임으로써 경기 속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나 기계 오류로 경기 진행에 차질을 주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달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키움 선발투수 하영민은 1회부터 피치컴 작동에 문제가 있는지 모자를 벗고 수신기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옆구리에 착용한 송신기도 불편한지 여러 차례 고쳐 착용했다. 문제는 투수뿐만이 아니었다.
김건희 포수도 6회말 수비를 하기 전 피치컴 고장으로 고생했다. 갑자기 수신기에 문제가 생겼고 더그아웃에 피치컴 수신 오류를 알리며 기기 교체를 위해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그런데 교체 후에도 정상 작동되지 않자 다시 경기가 중단되었고 결국 피치컴을 반납하며 오랜 시간 경기가 지연됐다.
이는 기기 조작 미숙이나 송수신 오류와 같이 피치컴 도입 과도기에서 나타난 시행착오다. 일부 선수들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SSG 김광현은 “응원단의 앰프 소리가 너무 커 피치컴 신호가 들리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제 KBO는 이런 문제점들은 잘 기억하고 개선해 시행착오를 풀어야 한다.
[피치컴 장비를 확인하는 선수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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