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과 자회사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검찰과 금융 당국이 회계 부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큐텐이 티메프 자금을 임의로 유용할 목적으로 부정 회계를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티메프의 회계 자료를 확보하고 회계 전문가를 추가 투입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융 당국에 따르면 검찰과 금감원은 큐텐이 올해 2월 미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 티메프 자금을 어떻게 끌어다 쓸 수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큐텐은 위시를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인수 자금 약 400억원을 티메프에서 충당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도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당시 티메프 자금 4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썼다고 인정했다.
검찰과 금감원은 큐텐이 티메프 자금을 유용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컨대 큐텐이 각사 경영진 승인을 받지 않고 자금을 유용할 수 있게 했다거나, 부정한 방식으로 매출을 늘려 기업가치를 부풀렸거나, 판매대금과 경영자금의 칸막이를 없애 판매대금을 유용을 손쉽게 하는 방식 등이다.
실제 큐텐은 지난 4월 류광진 티몬 대표의 최종 승인 없이 티몬 자금 200억원을 대여했다. 류 대표가 자금 집행을 최종 승인한 것은 이미 자금이 빠져나간 사흘 뒤였다. 지난 1월 큐텐이 티몬에서 50억원을 빌렸을 때도 류 대표는 자금 집행 19일 이후에 승인했다. 류 대표는 지난달 30일 정무위에 출석해 재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재무 담당자의 승인만으로 티몬 자금이 큐텐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금감원은 티메프 회계 처리 과정에서 재무 칸막이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판매대금과 경영자금이 뒤섞인 불투명한 회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영배 대표는 위시 인수자금 400억원 중 티메프 판매대금도 일부 포함됐다고 했다. 이런 자금 흐름은 구 대표가 싱가포르에 있는 큐텐을 통해 국내 기업인 티메프를 지배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의 판매대금까지 큐텐으로 흘러가도록 재무 칸막이를 고의로 없앤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부정적인 자금 흐름을 추가 파악하고 현장검사 인력을 기존 9명에서 12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검찰청도 검찰 전담조사팀에 큐텐의 재무 상황 변동 및 인수합병(M&A) 과정의 자금 흐름 등을 조사할 회계분석요원을 파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적 자금 흐름 정황이 확인되고 있어 추가로 검사 인력을 확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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