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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청문회서 MBC 직원에 ‘연봉’ 물은 野 위원장, 이게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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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청문회 닷새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재가로 정식 취임했지만 ‘이진숙 청문회’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사상 유례없이 사흘간 진행된 이번 청문회는 각종 논란의 온상이 됐다. 청문회를 통해 논란을 돌파했어야 할 이 위원장은 도리어 청문회 자리에서 문제적 발언들을 쏟아내 또 다른 논란을 생성해 냈다. (☞관련기사 : 이진숙, 청문회 첫날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 없어…사퇴 안 해”, 이진숙 “위안부 문제가 ‘논쟁적 사안'”이라며 자신은 “뉴라이트 아냐”, 이진숙 “난 반(半)공인·반자연인”…후쿠시마 ‘처리수’ 말했다가 ‘오염수’로 정정

)

‘이진숙 청문회’였지만 이 위원장 못지않게 구설수에 오른 이가 또 있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은 청문회 첫머리서부터 ‘귓속말’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위원장이 최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최 위원장은 이 위원장을 돌려세우고는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다. 언론은 이 장면을 두고 ‘기싸움’, ‘신경전’이라는 제목을 달아 대서특필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선서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이 후보자를 다시 불러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다. ⓒ연합뉴스

‘귓속말’ 경고 이후로 최 위원장은 이 위원장을 여러 번 질책했다. 이 위원장이 MBC 직원 사찰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미리 준비해 온 시각자료를 양손에 들자, 최 위원장은 “피켓 투쟁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이 시각자료 활용과 관련한 규정을 몰랐다고 하자, 최 위원장은 “나이가 몇 살이냐”며 망신주기식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위원장이 현 문화방송(MBC) 상황을 두고 “민주노총 노조가 힘에 의한 지배를 하고 있다”고 하자, 최 위원장은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문 대상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서인지, 청문회를 원활하게 이끌어가야 할 위원장의 말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최 위원장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최 위원장의 거친 모습은 이 후보자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최 위원장은 북한이탈주민 출신인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나”라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자, 최 위원장은 이후 “전체주의 운운한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이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가 언론에 소개된 최 위원장의 청문회 발언들이다. 그런데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최 위원장의 문제적 발언이 또 있다. 청문회 둘째 날,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오정환 MBC 제3노조 위원장은 현재 MBC 주요 보직을 민주노총 언론노조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017년 총파업 당시) 파업 불참자는 ‘천민’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오 위원장의 월급과 연봉을 따져 묻기 시작했다.

최민희 : 참고인, 천민입니까? 대략적으로 월급 얼마 받습니까? 연봉 1억 넘습니까, 안 됩니까?

오정환 : MBC 월급 많습니다.

최민희 : 아니요. 본인.

오정환 : 지금은 일억 안 됩니다.

최민희 : 천민 월급이 갑자기 궁금할 것 같아요. 이걸 보시는 모든 분들이 MBC에서 천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월급을 안 받고 있나 보다 생각할 것 같아요.

▲16일 오후 국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방송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오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캐물은 끝에 “올해는 일억 안 될 것”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오 위원장은 처음에는 얼떨결에 답한 듯했으나, 이내 “월급으로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연봉은 개인정보”라며 반발했다.

최 위원장은 구태여 연봉을 물어본 이유에 대해 ‘이걸 보시는 모든 분들이 MBC에서 천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월급을 안 받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억대 연봉 받는 사람한테 천민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하다.

과거 MBC 총파업에 참여했거나 지지했던 입장이라면, 오 위원장의 ‘천민’ 발언이 불편하게 들릴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로 많은 MBC 구성원들이 해직되거나 본 업무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때는 침묵하던 이들이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본인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보기 좋을 리 없을 것이다.

다만 이를 비판하기 위한 도구가 꼭 ‘연봉’이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애초 연봉 등 일자리 처우에 관한 질문은 사적인 자리에서조차도 매우 조심스럽게 여겨진다. 개인 민감 정보에 대한 질문을 공적인 자리, 그것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생중계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상임위를 이끄는 위원장이 직접 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봉은 십수 년간 MBC에서 벌어지는 내부 논쟁 소재 가운데 부차적 요소에 불과하다. 이날 오 위원장이 제기한 문제도 조직 내 서열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별안간 화제를 ‘돈’으로 돌렸다. 프레임을 전환시킨 것이다. 순식간에 오 위원장은 ‘1억 원 언저리를 받는 고액 연봉자’ 프레임에 갇혔고, 그의 문제 제기는 일종의 ‘투정’으로 전락했다. 누가 보아도 최 위원장의 질문은 정확히 그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노조원은 어떤 불평‧불만도 말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한 태도였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의 방송 장악을 시도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자리에서 밀려났고,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은 부당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보직에서 밀려났어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연봉을 받고 있었다면 사측의 부당행위에 대해 침묵해야 했을까. 당시 언론인들의 투쟁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공정’이라는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분투한 것이었다.

고액 연봉을 이유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지금까지 방송 정상화를 위해 궂은 자리를 마다치 않고 묵묵히 싸워온 수많은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마저 평가 절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장 오 위원장이 “2017년 유배 갔다던 분들도 저보다 월급 더 받았을 것”이라고 되받아친 것 아니겠는가. 최 위원장이 이날 논쟁을 벌여야 했던 것은 ‘돈’이 아닌 ‘언론관’이었다.(회의 진행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질의를 너무 오래 했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은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조선일보>

최 위원장의 ‘연봉’ 발언은 단순히 막말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노조 행위를 ‘연봉’과 결부시키는 시각은 고임금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파업할 권리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한국에서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단체 행동은 흔히 ‘귀족 노조의 생떼’ 취급을 받는다. 비교적 고임금에 속하는 자동차‧철강 관련 직군이 다수 포함된 금속노조가 주 타깃이 되어왔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식이다. 이같은 ‘귀족 노조’ 프레임은 민주당이 이른바 ‘조중동’이라고 일컫는 보수 언론이 오랜 시간 정교하게 구축해 온 세계관이다.

“현대차가 10년 만에 생산직을, 그나마 겨우 400명 뽑는다는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노조 탓에 청년 신규 채용을 못 하는 것이다. 대형 귀족 노조의 기득권을 줄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은 일손이 없어 쩔쩔매는데 강성 노조가 보호막을 쳐놓은 철밥통 일자리에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병리 현상이다.(“귀족 노조 철옹성 쌓은 현대차, 400명 ‘킹산직’에 18만명 몰렸다니”, <조선>, 2024.4.18)

“노조 총파업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훈풍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벌어진 만큼 실적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35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시각도 있다.”(“반도체 회복기에… 삼성전자 첫 노조 파업”, <동아>, 2024.7.9)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일으킬 때마다 조중동은 이처럼 꼬박꼬박 ‘귀족 노조’ 프레임을 씌워 반노조 정서를 자극해왔다. 조중동이 쳐놓은 ‘귀족 노조’ 프레임에 한 번 갇히게 되면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노조의 주장은 힘을 잃고 고꾸라졌다. 최근 창사 이래 최초로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총파업도 이 프레임을 피하지 못했고, 결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금까지 최 위원장의 행보는 언제나 조중동과 반대를 향해왔다. 그러나 “연봉이 1억35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시각도 있다”는 <동아>의 지적과 “MBC에서 천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월급을 안 받고 있나 보다 생각할 것 같다”는 최 위원장의 지적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고액 연봉자에게 노조 행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조중동’식 사고를 최 위원장 본인도 모르게 답습한 것인가. 최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대기업 노조는 ‘귀족 노조’인가. 그리고 1억 연봉 넘는 노조원들의 문제제기는 그저 ‘생떼’인가.

한 가지 더. 최 위원장은 민주당의 숙원 과제인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란봉투법은 사측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쌍용자동차 지부원들에게 노란봉투의 후원금을 전달한 데서 유래한 법이다. 정부 여당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강성 귀족 노조에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 왔다. 그런 노란봉투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제 본회의 재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MBC 제3노조원의 1억 연봉을 집요하게 캐묻던 최 위원장은 본회의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투표장에서 인지부조화를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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