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지정 자료 누락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해당 건이 ‘단순 누락’이라며 정정 신고를 했지만, 공정위는 조사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자료를 누락한 ‘고의성’과 ‘중대성’이 있다고 밝혀지면, 총수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하이브 측은 지난달 26일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국외 계열회사 현황에 대해 ‘단순 누락’의 사유로 정정 신고를 냈다. 미국에 소재한 방시혁 지분 100%의 부동산기업 ‘벨 에어 스트라델라(BEL AIR STRADELLA, LLC)’를 추가 공시한 것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해당 부동산 법인을 통해 약 365억원(2640만달러)에 이르는 고급 저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는 “이번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해당 법인에 대해서도 공시 의무가 발생한 것이고, 실무상 단순 누락돼 정정 공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인 집단이 대상이다. 올해의 경우 8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318개)이 지정·통지된 바 있으며, 여기에는 엔터사 주력 집단 최초로 하이브가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공시 대상 회사와 그 동일인(총수)은 회사의 개요, 재무 현황, 국외 계열회사 현황, 특수관계인(동일인·친족 등)의 주식 소유 현황, 계열사·특수관계인 간 거래 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 사항을 5월 31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대기업 지정 자료 누락 혐의로 지난 6월 24일 하이브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하이브가 자진해서 정정 공시를 냈지만, 공정위는 사건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이브 측의 주장처럼 이것이 단순 누락인지, 아니면 고의 은폐인지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 조사를 통해 지속해서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브가 이번에 정정 신고한 자료가 누락한 자료의 전부이거나 부주의에 의한 단순 누락임이 소명된다면, 무혐의로 마무리될 수 있다. 과거에도 공정위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5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20개 회사를 고의로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이 “실무 담당자들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하이브가 자진신고한 계열사 이외에 누락한 계열사가 추가로 나오고 이들의 자산이 계산에서 빠지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피했거나, 누락된 계열사를 통해 여러 사익 편취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등 이른바 ‘중대성’이 드러난다면 처벌을 면치 못한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중에 자산 총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10조4000억원) 이상인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일 때보다 상호·순환 출자 금지, 채무 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사항을 추가로 적용받는다.
공정위는 최근 ‘신규 기업집단 지정·편입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시 의무를 위반했지만, 10영업일 이내에 자진 시정한 경우에는 과태료가 면제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의 자진 시정 노력을 더욱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이브의 자진 시정은 10일을 훨씬 넘긴 두 달 만에 이뤄진 데다, 해당 시행령이 다음 달 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소급 적용도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은 공시 의무와 관련해 단순 자료 누락이나 오기(誤記)만으로도 동일인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누락된 자료를 확인하는 한편 추후 하이브 측의 소명을 참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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