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불운이 역사가 되면 안 되는데…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타자 로니 도슨(29)이 오른 무릎 전방심자인대를 다쳤다. 지난달 31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서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7회초 선두타자 권희동의 좌중간 타구를 쫓다 중견수 이용규와 정면 충돌했다.
도슨의 오른 무릎이 이용규의 가슴을 강하게 찧었다. 두 사람은 수 분간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덕아웃에 부축을 받고 돌아온 이용규와 달리, 도슨은 멀쩡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 1일 1~2차 크로스체크 결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구단은 1차 소견 결과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분 손상이라고 했지만, 2차 소견을 브리핑하면서 ‘부분’이란 말을 뺐다. 다음주에 3차 검진을 종합병원에서 받는다. 현 시점에선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가벼운 부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면 최소 수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미 8월이란 걸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도슨이 그대로 시즌을 접을 가능성도 있다.
도슨은 올 시즌 95경기서 382타수 126안타 타율 0.330 11홈런 57타점 69득점 OPS 0.907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막판 독립리그 출신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적응했고, 올 시즌에는 리그 최고타자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몸값이 올라도 여전히 단돈 55만달러다. 가성비 절대 갑의 활약을 펼쳤다.
키움은 이주형, 도슨, 송성문, 김혜성 등 잘 치는 타자들을 상위타선에 극단적으로 몰아넣어 리그 최상급의 1~4번 타순을 만들었다. 대신 하위타선은 리그 최약체 수준이다. 이런 상황서 타선의 코어와도 같은 도슨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이런 그림을 작년에 봤던 기억이 난다. 키움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유격수 출신의 에디슨 러셀을 2023시즌 잘 써먹었다. 러셀은 2020시즌 대체 외국인타자로 입단해 ‘폭망’했다. 그러나 2023시즌에는 59경기서 220타수 63안타 타율 0.286 4홈런 42타점 20득점 OPS 0.739로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그런 러셀의 질주를 가로 막은 게 부상이었다. 러셀은 작년 6월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손목 부상으로 자취를 감추더니 1개월이 지난 7월13일에 웨이버 공시됐다. 키움은 러셀의 손목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눈물을 머금고 결별했다. 당시 키움이 러셀 대신 영입한 외국인타자가 도슨이었다.
키움은 일단 도슨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다음주까지 기다릴 듯하다. 3차 검진 결과가 나오면 재활 스케줄도 잡힐 전망이다. 5강 도전을 끝까지 하기 위해 대체 외국인타자를 영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15일까지 영입하면 포스트시즌에도 나갈 수 있다.
만약 도슨의 무릎이 많이 좋지 않다면 키움도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을 맞이할 전망이다. 올해 성적이 워낙 좋아 이대로 결별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도슨만큼 잘 하는 외국인타자를 새롭게 구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도슨에게 충분히 재활할 시간을 주고 재계약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어쨌든 키움으로선 불운이 역사가 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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