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국내 채권 시장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회사채 발행액이 전년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실적부진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각종 이슈에 노출된 기업들은 사모채를 발행하거나 수요예측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들이 향후 사모 의존도를 높일지 주목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발행된 회사채는 총 7조7722억원이다. 전년동기(5조2735억원) 대비 47.4%% 증가한 수치다.
통상 7월은 회사채 발행 비수기로 꼽힌다. 지난 6월 발행액(10조7024억원) 대비 30% 가까이 줄었지만 지난 2021년(8조6031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채권 수요 증가가 맞물린 영향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3조5071억원 순상환을 기록하는 등 수급적으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1000억원 이상 대규모 발행에서는 금융사들이 눈에 띄었다. 한화생명보험이 5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1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외에도 BNK금융지주(1000억원), 우리금융지주(30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1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등이 공모시장을 찾았다.
IBK투자증권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1000억원)했다. 다만 사모형태로 발행했다. 사모채 발행은 공모채 발행 대비 절차가 간편하고 규제나 공시 의무도 덜 엄격하다.
따라서 기업 상황 등 정보공개를 꺼리는 발행사들이 주로 찾는 방식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IBK투자증권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91.4% 감소했다. 실적부진을 의식한 선택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밖에도 SK렌터카,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이터닉스, SK플라즈마 등 SK그룹 및 SK디스커버리그룹 계열사들이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SK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 계열사들의 매각 이슈도 있는 만큼 사모채 발행이 한 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건설업에 대한 투심이 악화된 가운데 DL이앤씨와 롯데건설도 각각 2000억원, 15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다만 두 기업간 수요는 극명히 갈렸다. DL이앤씨는 우량 신용등급을 등에 업고 오버부킹에 성공했지만 롯데건설은 미매각을 면치 못했다.
롯데건설은 추가청약에서도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주관업무를 맡은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미매각 물량(670억원)을 떠안게 됐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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