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 부진과 금융주 약진으로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톱10 지형이 바뀌었다. 지난해 말 시총 10위 안에 들었던 이차전지 대표주들이 밀려나고,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향상) 정책을 타고 금융주가 치고 올라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코스피 시장 시총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POSCO홀딩스, NAVER(네이버), LG화학은 7월 말 기준 각각 11위, 12위, 15위로 떨어졌다. 톱10에 새롭게 들어간 종목은 셀트리온, KB금융, 신한지주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장에서 이전 상장했다.
작년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이차전지 업종은 올해 상반기엔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차전지 업종 수출액은 39억7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하반기에도 전방 수요와 제품가격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POSCO홀딩스 시총은 42조원에서 29조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LG화학 시총도 35조원에서 22조원으로 39%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인 LG에너지솔루션도 자리가 위태롭다. 지난해 말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100조원 위였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최근엔 76조원으로 24% 감소했다. 그사이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에만 30% 가까이 오르면서 LG에너지솔루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차전지가 미끄러진 사이 금융주는 뛰어올랐다. 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은 올 들어 62% 오르며 몸집이 35조원으로 불어났다. 신한지주의 상승세도 거세다. 신한지주는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등 파격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으며 7월 한 달 24%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차전지주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2위 알테오젠에 추월 당하기 직전이다. 지난해 말 알테오젠의 시총은 에코프로비엠 시총의 5분의 1 규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는 두 회사 시총 차이가 1조원밖에 나지 않는다.
코스닥 시장에선 헬스케어 업종이 주도권을 쥔 모습이다. 코스닥 시총 10위권에 이차전지주는 에코프로비엠(1위), 에코프로(3위), 엔켐(7위) 3개뿐이다. 지난해 말 9위였던 HPSP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바이오주는 알테오젠(2위), HLB(4위), 삼천당제약(5위), 셀트리온제약(6위), 리가켐바이오(9위), 휴젤(8위) 6개가 상위권을 점령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이차전지 업종 주가를 결정짓는 기업가치와 멀티플(투자 배수) 모두 현 수준에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오히려 점진적인 주가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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