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9월 금리 인하 시사…한은도 부담 완화
집값 급등세 우려…통화정책 차별화 가능성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기준금리 첫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힘이 실리게 됐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고 있는 집값이 금리 인하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뜩이나 과열된 집값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어 피벗 시점이 예상보다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준이 31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정책결정문에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추가 진전과 노동시장 완화가 명시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연준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열린 FOMC 정례회의 결과, 현재 5.25~5.50%인 정책금리를 만창일치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여덟 차례 연속 동결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해 온 터라 시선은 금리 결정보다 연준이 정책결정문에 담을 표현에 보다 주목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완화 신호를 시사하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다음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인플레이션 위험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문구 대신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이중 책무가 강조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에 적극 대응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나타내면서 최근 데이터가 확신을 더했으며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FOMC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성명서를 통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양쪽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이라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임박했고 9월 인하 가시성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은도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에 한은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오는 10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다만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수도권 집값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점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16주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려는 매수 심리가 작동하면서 가계 부채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5조원 넘게 불었다. 이는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은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잘 나타났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고려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환율과 주택가격”이라며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안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 수요가 높은 특정 지역에 집중해 동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7월 FOMC 회의 결과와 관련해 “미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그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도 각국의 물가·경기 상황 등에 따라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외 금융 여건 변화에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이에 대해 계속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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