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이재용 회장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한 이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기를 촉구했다. 사흘간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의 집중 교섭이 결렬 가운데, 전삼노는 관련 책임이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 않은 사측에 있다며 쟁의 행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 회장은 4년 전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는 약속했지만, 노조의 요구안을 사측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는 이 회장은 책임 있는 모습으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삼노는 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 라인에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삼노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이라는 것이 오늘 멈춘다고 해서 내일 문제가 바로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하지만 회로 검사 등 몇몇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웨이퍼 1000단 수준이 대기 중인 것을 직접 확인했으며, 사측에서 생산 차질이 없다고 발표한 내용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31일 진행된 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성과급 제도 개선과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 시 5.6%),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사측에 요구해 왔다. 이에 사측은 교섭 막판 노조 총회 4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과 전 직원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하며 노조 측 안을 일부 받아드렸다.
하지만 전삼노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파업 참여 노조원의 임금 손실 대부분을 보전받으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를 거절했다.
전삼노는 협상 결렬에 따라 장기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오는 5일 대표교섭권이 사라져 쟁의권을 잃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사무직노조(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3노조), 전삼노(4노조), DX(디바이스경험)노조(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어,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쟁의권을 상실한다. 전삼노는 이와 무관하게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시민사회 단체와 국회, 법조계 등과 연대체를 꾸려 사측과 맞서 싸우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동행노조에서 쟁의권 관련 입장이 회신이 오진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삼노 총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표교섭권, 쟁의권 여부와 무관하게 삼성전자는 모든 구성원과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삼노 노조 가입 직원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출범 5년 차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총파업 선언 이전 2만8400여명에서 31일 오전 10시 기준 8246명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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