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4)
재료과학에서 우주 응용까지, 첨단 기능성 소재 세션
“우주용 고분자 소재 연구 활발…가장 주목받는 분야”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쏘아 올린 위성통신 경쟁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30년이면 5만대에 이르는 저궤도 인공위성(LED)이 지구 저궤도를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다. 고에너지 입자로 이뤄진 우주선(cosmic rays)이 끊임없이 물체를 강타하고, 우주를 떠도는 원자산소(Atomic Oxygen·AO)에 노출돼 재료가 산화한다. 이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버티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공위성의 소재로 사용되는 ‘우주용 특수 재료’가 최근 주목받는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코벤트리 워릭대 더오큘러스관에서 열린 ‘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4)’ 화학공학·재료과학 세션에서는 공경일 브리스톨대 우주·설계공학과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우주용 고분자(폴리머) 신소재 분석법이 소개됐다. 공 선임연구원은 고분자 소재에 화학적·물리적 손상을 주지 않고도 우주 물체용으로 적합한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 선임연구원은 “저궤도 인공위성 구조물은 영하 150도(˚C)에서 영상 150도를 오가는 극심한 기온 변화와 초고진공(High Vacuum) 상태, 원자산소 노출로 인한 산화를 견딜 만큼 강성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공위성 소재로 사용되는 대표적 고분자 물질이 폴리벤즈옥사진(Polybenzoxazin)이다. 공 선임연구원은 “폴리벤즈옥사진을 활용하려면 이 물질의 화학적 특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장비 측정 과정에서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매번 일정량의 시료가 필요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물질에 손상을 주지 않고 빛만으로 고분자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찾았다. 물질에 빛을 쪼인 뒤 나타나는 고유한 형광을 분석해 특성을 파악하는 일종의 ‘비파괴검사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이용해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고분자 물질 옥타메틸 포스(Octamethyl POSS)가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열과 산화작용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고가의 물질을 파괴하거나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도 우주 물체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공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우주 개발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고분자 공학에서도 우주 소재에 관한 연구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재료공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김재신 독일 자를란트대 고분자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이번 세션을 듣기 위해 EKC 2024에 참석했다”면서 “외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막막하던 중, 선배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가까이에서 접한 이번 경험이 큰 의미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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