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펜싱의 간판이자 베테랑인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둘째 출산 예정일에 값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둘째가 태어날 날이 늦춰졌는데, 구본길은 “아기에게 갈 행운이 대신 내게 왔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구본길과 오상욱(28), 박상원(24·이상 대전시청),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으로 이뤄진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 이 경기는 7월 31일에 열렸는데, 이는 구본길의 둘째, 태명 ‘모찌’가 태어나는 출산 예정일이기도 했다.
대회를 준비하느라 만삭의 아내를 돌보지 못했던 구본길은 이날 꼭 금메달을 따 태어날 모찌에게 선물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아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이날 둘째를 낳지 못했고, 출산 예정일은 구본길의 귀국일인 5일로 늦춰졌다.
구본길은 “아내와 통화했는데, 아내가 ‘오늘 모찌가 나왔으면 행운이 다 모찌한테 갔을 것이다. (아빠의 금메달을 위해) 모찌가 기다려준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그 행운 덕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부터 12년 동안 사브르 단체전 정상을 지켜온 구본길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대회 전부터 ‘라스트 댄스’임을 예고했던 그는 “올림픽은 이제 정말 마지막이고,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은 내 남은 목표다. 갈 수 있다면 도전해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다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더라도 곧 세상에 나올 ‘모찌’와 함께 향후 1년 동안은 국가대표도 ‘보류’다. 그는 “일단 일 년 동안은 국가대표도 쉴 생각”이라면서 “집에 가서 육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쫓겨난다”고 농담했다.
이번 금메달을 통해 3개의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구본길은 “다 소중하지만, 첫 대회인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 가장 값지다.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을 있게 만든 메달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났고, 가장 금메달을 향한 자신이 있었던 건 이번 대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맏형’ 구본길은 지난 도쿄 대회를 함께했던 김정환과 김준호가 떠난 자리에 새롭게 합류했던 도경동과 박상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뉴어펜져스라는 별명에 후배들이 솔직히 많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힘들어했다. 그걸 버텨내고 이겨내 좋은 결과를 만들어줘서 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다음 2028 LA 올림픽은 그 선수들(도경동·박상원 등)이 이끌어갈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 한국 펜싱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며 동생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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