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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인터뷰] 정혜선 한보총 회장, “‘건강한 국민, 안전한 대한민국’ 조성에 80만 안전보건인 동행”

마이데일리 조회수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한혁승 기자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건강한 국민, 안전한 대한민국’ 조성을 위해 80만명의 안전보건인이 함께 합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안전보건 단체들을 하나로 뭉친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정혜선 회장의 자신감 있는 한 마디다. 개별 단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다양한 안전보건 활동과 대국민 홍보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정혜선 회장.

정 회장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제조업 사업체 보건관리자를 시작으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전문위원을 거쳐 30년간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 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국내 최초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기도 하다. 현재 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천지역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안전보건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정혜선 회장을 만나 ‘건강한 국민, 안전한 대한민국’ 조성을 위한 한보총의 노력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고견을 들어본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주요 기능 및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8월에 창립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마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그 중요성을 잊어 버리기 때문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보총을 설립하게 됐다.

한보총의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단체들이 가입해 처음 가입 당시 34개 단체가 함께 출발했다. 현재는 가입단체가 73개에 이르며 전체 회원 수는 80만명에 달한다.

한보총은 산업안전보건을 중심으로 국민안전보건, 건설안전보건, 지역사회안전보건, 어린이안전보건, 스마트안전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가 가입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국민, 안전한 대한민국’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이다. 이를 위한 주된 미션 중의 하나로 ‘안전보건 분야에서 노사민정 거버넌스의 핵심적인 역할 수행’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안전보건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 노총이나 경총을 통해 의견을 듣는다. 하지만 현장전문가들의 의견을 통일적으로 경청할 수 있는 체계적인 창구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한보총을 만들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안전보건 단체들이 하나로 뭉치게 되니 엄청난 숫자가 모이게 됐고 그 영향력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의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보다 견고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한보총을 중심으로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한보총은 개별 단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과 대국민 홍보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안전보건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전 국민 대상 안전인식도를 조사하고 신년좌담회를 시행한다. 또 안전보건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우수국회의원과 우수지자체를 선정해 ‘대한민국안전보건대상’도 수여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11월 소비자단체와 함께 ‘보건안전페어’를 개최하고 일터안전을 기원하는 산재예방 천만명 서명운동도 전개 중이다.

무엇보다도 한보총은 안전보건 정책개발과 제도개선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안전보건 공약을 개발해 각 당에 전달하고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한다.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보총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권을 확립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한보총이 추진 중인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이란 무엇인지요?

▲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기업운영에서 안전우선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전제일’은 구호로만 여겨졌지 실제로 실현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일터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산재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경영자의 안전인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2022년 이 법이 5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먼저 시행되다가 금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2022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74명이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707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의 80.9%를 차지한다. 10명 중 8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한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중소기업이 안전보건 지원을 요청했고, 이로 인해 2024년에 신설된 제도가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다.

공동안전관리자는 1명의 안전관리자가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여러 개의 사업장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존에 시행했던 제 3자적 입장의 컨설팅 사업과 달리 사업주의 관점에서 그 사업장에 필요한 안전관리를 실질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공동안전관리자의 역할은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와 관리감독자가 안전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역할과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안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현재 한보총은 전국을 대상으로 200여명의 공동안전관리자를 배치해 활동하고 있다. 공동안전관리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적절한 지원,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공동안전관리자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중이다. 또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동안전관리자 배치로 인해 나타나는 효과를 규명해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재사망자는 총 2223명 이다. 이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874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349명을 차지한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의 60.7%인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사고사망을 감소하기 위한 목표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지난해 사고사망은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금년에는 지난해 보다 사고사망자가 더욱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사고사망 감소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 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다시 말하면 사고사망 감소는 질병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회사나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몸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나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작업은 거부하고,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고와 질병을 구분하지 않고 내 몸과 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인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조성돼야 중대재해가 감소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중대재해를 감축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신지.

▲안전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릴 때마다 안전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야 한다. 내 몸을 지키고,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학교 안전교육은 방과후 수업이나 일회적인 체험학습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안전을 정규 교과목으로 만들어 가르쳐야 한다.

대학의 교육에서도 안전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대부분 취업준비에 집중해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취업준비가 바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안전교육이다.

우리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불감증’을 탓한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을 탓한다고 안전의식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안전민감성’을 키워서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안전, 기후안전, 가정안전, 직장안전, 사회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극복해야 한다. 또 안전한 행동과 안전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민감성’을 키우는 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 드립니다.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다. 안전을 치안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 전체에 광범위하게 안전문화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정책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보총은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소중한 생명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건강한 국민, 안전한 대한민국’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한보총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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