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투자공사(KIC) 새 사장 자리를 놓고 기획재정부 출신 박일영 세계은행 상임이사와 한국은행 출신 양석준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경쟁을 벌인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역대 한국투자공사 사장 가운데 기재부 출신이 많았던 것을 고려해 박 이사가 새 사장을 둘러싼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고 바라본다.
31일 한국투자공사에 따르면 진승호 사장의 후임자를 뽑기 위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꾸리고 사장 공모절차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사추위는 12일까지 지원자들의 서류접수를 마친 뒤 1차 서류심사를 진행해 6명의 후보자를 골랐고 2차 면접심사를 통해 지원자를 3명으로 좁혔다. 박일영 이사와 양석준 전 원장, 관료출신 1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추위는 3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인사검증을 진행한 뒤 기재부에 최종 후보자를 올리는 절차를 밟는다. 이후 기재부 장관이 최종 후보자를 사장으로 제청하면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한다.
금융업계는 사실상 박 이사와 양 전 원장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이사와 양 전 원장이 각각 국제금융과 외자운용 경험이 풍부해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를 맡기에 적합하면서도 두 사람 모두 한국투자공사에 영향력이 큰 기재부와 한국은행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자산의 운용업무를 맡고 있어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더구나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위원에는 기재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두 사람 가운데 박 이사가 새 사장에 유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역대 한국투자공사 사장 8명 가운데 5명이 박 이사처럼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공사 설립 초창기에는 은행원 출신의 비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사장을 맡은 적도 있지만 2013년 5대 안홍철 사장부터 현재 8대 진승호 사장까지 내리 경제관료 출신들이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맡아오고 있다.
게다가 한국투자공사의 지분을 100% 기재부에서 가지고 있고 주무부처 역시 기재부이다. 사장도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끔 돼 있어 한국은행 출신보다 기재부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은행 출신들이 한국투자공사 사장보다 투자관리부문장(CRO)을 맡아왔다는 점도 박 이사가 사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점이다.
현재 정호석 CRO도 양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은행 출신으로 외자기획부장을 지내고 외자운용 경험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도 2012년 임명된 홍택기 CRO는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을 지냈고 2016년 선임된 홍승제 CRO는 한국은행 외화자산리스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19년 임명된 유창호 CRO도 모두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을 지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은행이 한국투자공사의 자산 일부를 일부 맡기고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에서도 자산 운용을 한 경험이 있다 보니 투자관리부문장으로 한국은행 출신이 많이 가게 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1968년 태어나 공항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국제개발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통상기획과장, 기획재정부 미래정책총괄국장과 전략기획과장, 개발금융국장, 대외경제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거쳐 현재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양 전 원장은 1965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총재 비서실장과 기획협력국장, 국제국장 등을 역임하고 외자운용원장을 지냈다. 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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