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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인기 매물로 통했던 폐기물 매립·소각업체 인수합병(M&A) 거래가 올스톱되고 있다.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비트의 매각 결과에 따라 나머지 업체의 매각가가 재산정될 수 있어 거래 주체들이 다 정중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경쟁 심화, 수익성 악화 우려로 M&A의 마무리가 여의치 않은 형편이지만 에코비트의 매각가 책정을 계기로 거래 활성화의 물꼬가 터지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폐기물 매립·소각업체 거래 논의가 오는 9일로 예정된 에코비트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잠정 중단됐다. 본입찰에서 에코비트의 적정 몸값이 책정되는 만큼 이를 지켜보고 매각가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폐기물 업체는 에코비트를 제외하고 알려진 곳만 최소 세 곳 이상이나 된다.
우선 아이에스동서(IS동서)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E&T 프라이빗에쿼티(PE)가 코엔텍과 코어엔텍을 한 회사로 합쳐 통매각할 계획이다. 코엔텍은 영남지역 최대 폐기물 소각 업체로, 2020년 인수 당시 양사는 지분 52.29%를 4217억 원에 사들였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코어엔텍은 폐기물 소각 전문업체로, 인수가는 5400억 원(지분 100%)이었다. 이 외에 폐기물 매립업체 케이에코(충북 음성)와 에코솔루션(충남 서산) 등도 매물로 나와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폐기물 업체 매물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적정가를 두고 인수 측과 눈높이가 달라 공회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매립·소각 업체 거래를 진행 중인 매도·매수인 측이 오는 9일 본입찰 결과에 주목하는 건 에코비트의 상징성 때문이다. 에코비트는 국내 매립·공공 수처리·의료폐기물 소각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에 위치한 사업장만 총 14곳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6744억 원에 영업이익 110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16.3%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 보다 10% 포인트 이상 앞선 수치다.
높은 수익성에도 폐기물 처리업체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폐기물 처리 단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데다, 업체 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어서다. 반면 폐기물 처리업체 매도인 측에서는 추가 인허가 취득의 어려움,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고정비 절감 등을 꼽으며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매도인과 매수인 측 시각 차가 커 에코비트의 적정 몸값을 두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매도인은 약 2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15배인 2조 5000억 원에서 최대 3조 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매수인 측에서는 1조 7000억 원 수준이 적정가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에코비트 적정가를 두고 가격 이견이 최대 1조 3000억 원까지 벌어진 셈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코비트의 매각가 책정은 현재 매물로 나온 국내 폐기물 처리 업체의 매각가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본입찰에 인수 측이 얼마를 써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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