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건전성 비율 등 규정 못 미쳐…금감원 MOU 체결
법적 강제 수단 없어…금융당국 제도 개선 나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해결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사각지대를 방치한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개편과 인력 충원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매번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나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22년 6월과 2023년 12월 등 두 차례 걸쳐 자본잠식에 빠진 티메프와 경영개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분기 경영개선계획의 실제 이행 실적과 경영지도비율 준수 여부를 서면 보고 받았다.
전자금융거래법 감독규정 63조에 따르면 PG사들에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거나 ‘미정산 잔액 대비 투자위험성이 낮은 자산의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경영지도 비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티메프는 2022년 부터 이를 지키지 못한 탓이다.
이에 따라 티메프는 매분기말 익월 15일까지 금감원장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고, 금감원장은 필요한 자료를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도 있었다. 특히 금감원은 2차 협약에서 티메프가 경영개선계획을 불이행했을 경우 △인력 및 조직운영의 개선 요구 △경비절감 요구 △미상환·미정산잔액에 대한 보호조치(신탁, 보증보험 가입 등) 요구 △전자금융업 분사 유도 △전자금융업 등록말소 유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주목할 만 것은 미상환·미정산 잔액에 대해 보호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사실상 금감원이 판매대금 등에 대한 티메프의 미상환·미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관리가 필요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영개선협약이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렇게 발생한 규제 공백은 사태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조직과 인력 부족 문제도 불거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금융업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관련한 새로운 영역이 비은행 영역 하나로 묶이면 은행권의 중요성 때문에 비은행에 대한 감시 감독이 불가피하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관리 감독 사각지대가 없도록 미리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6월 말 기준 금감원 조직은 43개 국, 19개 실, 11개 지원, 6개 해외사무소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전자금융업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비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곳은 사실상 금융IT안전국과 IT검사국 등 2곳 뿐이다. 금감원 내 은행관련 부서는 6국, 보험 관련 부서는 5국에 달한다.
담당인력도 현저히 적다. 통상 국과 실 산하에는 5개 안팎의 팀이 있는데 금융IT안전국의 경우 총 4개 팀으로 전체 인력이 20명 내외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총 인력은 2422명이다.
현 조직 체계 하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비은행 영역에 대한 관리·감독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 전자금융업 등 비은행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의 검사 인력 확대는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금감원 인력증원은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태 재발 방지 차원에서 감독 인력 확충은 물론 다양한 방안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1년 환불 대란을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에도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되며 조직개편과 검사 인력 충원 문제가 거론됐으나 이후 흐지부지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머지 사태 이전에도 키코 사태,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사기 기업어음(CP) 사건 등 각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감독이 확대될 경우 감독분담금도 늘어나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이커머스업계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감독분담금은 업계의 영업규모에 따라 결정되는데 분담요율 등이 업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면서 “감독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분담금 규모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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