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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사건을 비롯해 최근 몇 년새 일본도를 활용한 살인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법 개정은 5년째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검 소지 허가 없이 날을 세울 수 있는 해외 수입 가검류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관리 실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가검이란 ‘칼끝이 둥글고 날이 서있지 않아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없는’ 도검으로 경찰청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일부 가검의 경우 날을 세우면 일반적인 도검처럼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도검업계에 따르면 가검은 크게 철과 알루미늄 소재 두 종류로 나뉘는데,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날을 세울 수 없는 가검은 위험성이 낮지만 철 재질로 만들어진 가검은 연마 후 날을 세울 수 있다. 이에 철로 제조된 가검은 구매 시 ‘날을 세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인적사항을 표기한 후 경찰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다수 해외 수입 가검들은 철로 돼 있는 물건이더라도 규제 없이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한 판매자는 탄소강으로 제작된 가검을 소개하면서 “장식용으로 날끝을 예리하지 않게 처리했다. 가검은 도검소지허가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유롭게 가검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도검업체에 “날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한 도검업계 관계자는 “가검의 날을 세우게 되면 도검 허가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모르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귀띔했다.
가검은 물론 전반적인 도검 관리 체계도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총포·도검 등 무기류 소지를 허가받기 위한 요건 등을 규정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로 개정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타법 개정(경찰법 전부개정)으로 인해 일부 용어가 개정됐을 뿐, 내용상의 변화가 이뤄진 건 2019년 12월 일부개정이 마지막이었다.
2021년 화곡동 아내 살인, 지난해 경기도 광주 이웃 살인 등 일본도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법망의 허술함이 수 차례 지적됐는데도 속수무책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현행법에 따르면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소견서가 필수인 총포와 달리 도검 소지 허가증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신체검사서 혹은 운전면허증만 제출하면 된다. 해당 자료들을 통해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정신질환은 뇌전증, 알코올 중독 등 총 6가지 뿐이다. 또 총포소지허가증은 3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지만 도검은 이같은 의무가 아예 없다. 허가증 발급 당시는 멀쩡했다가 이후 정신질환이 생기거나 알코올에 중독되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다.
한편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은평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A 씨가 휘두른 일본도에 같은 아파트 주민 40대 남성이 숨졌다. A 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A 씨를 긴급 체포했고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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