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에도 지원자 0명…일부 전공의 개원가, 요양병원 등으로 눈 돌려
수련병원의 9월(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까지도 전공의 지원율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수련 특례를 적용하는 등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펼쳤지만, 전공의들에게는 먹히지 않은 모양새다.
31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126개 의료기관은 이날 오후 5시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앞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수련병원을 떠났다. 사직 및 임용 포기 처리된 이탈 전공의 수는 7648명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7645명으로 결정하고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채운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다.
서울 시내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0명으로 알고 있다. 마감까지 몇 시간 안 남았는데 이제는 기대조차 없다”고 말했다. B 대학병원 관계자도 “현재까지 지원자 수는 0명”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중에서도 현재까지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인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가 1년간 같은 과목·같은 연차로 재수련하는 것을 금지하는 기존 전공의 수련 관련 규칙을 개정하고 군 입영 연기 등의 특례를 준다고 했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공의들은 여전히 내년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현장에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의대생들이 전체 응시 대상자의 11% 수준인 364명에 불과하고, 전공의들의 복귀율도 저조함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인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 연차가 비게 되면 전공의로 유인할 요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그 연차가 해야 할 일을 나눠서 해야 하다 보니 업무 과중이 심해지게 된다. 전공의 지원율이 계속 떨어져 의료공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기다리는 대신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와 진료 지원(PA) 간호사 비율을 늘려 전공의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년까지 3차에 걸쳐 마련하는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8월 중에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및 향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방안을 포함한 1차 의료개혁안이 발표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직 전공의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를 다음 달 4일 열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관심 분야 위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정형외과부터 미용 과목, 해외 진출 방안, 개원 등의 프로그램으로 사직 전공의가 원하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 진로지원 TF’를 구성해 생계나 진로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사직 전공의를 도울 계획이다.
한편 일부 전공의들은 이미 개원가로 눈길을 돌린 상황이다. 동네 병·의원이나 요양병원 등으로 사직 전공의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최근 피부·미용 관련 봉직의 월급은 기존 월 1000만 원 수준에서 400만 원까지 반 토막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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