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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사건을 비롯해 최근 몇 년새 일본도를 활용한 살인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도검 소지 요건 등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은 5년째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 역시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이상행동을 보여왔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범행에 사용한 일본도 소지 허가증은 비교적 최근인 올 초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31일 법제처에 따르면 총포·도검 등 무기류 소지를 허가받기 위한 요건 등을 규정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로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타법개정(경찰법 전부개정)으로 인해 일부 용어가 개정됐을 뿐, 실질적인 내용상의 변화가 이뤄진 건 2019년 12월 일부개정이 마지막이었다. 법률 시행규칙 역시 2020년 2월 일부개정을 마지막으로 내용이 그대로다.
경찰청에 따르면 총포화약법 위반 사건은 2019년 365건에서 2022년 507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도검의 경우 지난 2021년 화곡동 아내 살인, 2023년 경기도 광주 이웃 살인 등 일본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허가제와 사후관리가 모두 부실하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수 차례 지적돼 온 바 있는데도 바뀐 게 없는 것이다. 앞선 21대 국회에서 김용판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도검소지자의 갱신 의무를 추가한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실제 현행법에 따르면 처음 소지 허가를 받는 신청 과정에서부터 도검은 총포보다 장벽이 낮다. 정신질환 진단서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소지허가증은 신체검사서 혹은 운전면허증만 제출하면 된다. 신체검사서와 운전면허증을 통해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정신질환은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뇌전증 등 정신 병력 이력 등 총 6가지 뿐이다. 총포의 경우 제한하는 정신질환 항목이 더 많고, 정신질환 이력이 있을 경우 반드시 진단서를 내야 한다.
사후관리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3년에 한 번씩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은 갱신 의무가 아예 없다. 허가증 발급 당시는 멀쩡했다가 이후 정신질환이 생기거나 알코올에 중독되더라도 허가를 취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문제의식이 확산되자 경찰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도검 일제점검을 시행하긴 했지만 2000년 이전 소지자 대상으로 한정돼 있고 그 내용 역시 역시 단순 소지증 확인 등 명목상 점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백모(37)씨는 지난 29일 오후 11시 27분께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이웃 주민인 김모씨를 칼날 약 80㎝의 장식용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백씨에 대해 간이 마약 검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백씨가 이를 거부해 실시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5분께 서부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 및 마약 관련 압수 영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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