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정당성 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가시지 않자 정치권이 대한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예산집행부터 의사결정구조까지 주로 야당 의원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A의원실은 축협의 ‘예산 집행’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축협이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같은 공공예산을 사용한 내역을 유심히 보려고 한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축협의 수의계약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B의원실은 축협의 ‘의사결정 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 중이다. 관계자는 “축협의 근본적인 문제는 회장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제왕적 지배구조’에 있다”며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이나 규약에 근거한 절차를 밟지 않고 회장의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 감독의 국회 증인 출석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두 관계자 모두 “동의 수 5만 명을 넘은 ‘대한축구협회 감사 및 해체’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관련해서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홍 감독 등 관계자들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종목 감독의 국회 출석 사례는 2018년 선동열 당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의 사례가 있다. 선 전 감독은 ‘병역특례를 위해 성적이 좋지 않은 일부 선수를 선발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했다.
당시 “소신 있게 뽑았다”는 선 전 감독의 말에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리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심으로 후배들을 위한다면 사퇴, 사과 두 가지 길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론은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손 전 의원이 선 전 감독에게 호통만 쳤다”며 비판적이었다.
한편 축협의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여야 의원들도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 선임 절차를 문제 삼으며 “축구협회는 규정에도 없는 전력강화위원회 권한 위임을 통해 몇몇 사람들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감독 선임을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 또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축구협회가 프로구단의 현역 감독 및 코치를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로 선임한 사례를 들며 “프로구단의 현직 감독 및 코치를 국가대표팀 지도자로 강제적으로 선임해왔다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규정과 행정이 일방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과 축협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홍 감독은 전날(29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HD, 그리고 K리그 팬 여러분께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실망한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은 내가 내 자리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보내주셨던 성원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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