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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SK E&S 합병, 우회상장‧합병비율 놓고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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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박상규 사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박상규 사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기로 하면서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의 등장이 임박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온이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적 위기를 초래하자 알짜회사로 불리는 SK E&S를 한 지붕으로 합병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의 내용대로 합병이 성사된다면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이 과반을 넘으면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증자 1년 만에 매수청구…‘25% 이자 사채 논리’ 비판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추진이 공개된 이후,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다음달 27일 열리는 SK이노베이션 임시주총에서 합병안건이 주주총회 참석주주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비율이 예상했던 1:2가 아닌 1:1917417로 결정돼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이들 소액주주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채팅방은 이번 합병을 성토하는 의견이 빗발쳤다.

해당 채팅방의 한 소액주주는 “이번 합병을 통해 SK E&S를 높은 가치로 우회상장하는 한편, 대주주인 SK㈜의 지분을 늘려 향후 SK온 IPO를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인 SK E&S를 활용하다니 너무 속보이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소액주주는 “주당 13만9600만원에 유상증자한 지 1년 만에 주당 11만1943원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산정하다니 말이 되느냐”라며 “자신들이 14만원에 팔고 11만원에 되사겠다는 희대의 금융사기”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인데 주주를 대상으로 사채와 같은 고금리 장사를 하는 셈”이라고 탄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1조143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당시 발행가는 13만9600원이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반대한 주주가 회사에 공정한 가격에 매수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로 SK이노베이션은 주당 11만1943원을 가격으로 책정했다. 만약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 입장에선 1년여 만에 주식을 팔았다가 되사면서 1주당 약 24.7%의 이윤을 올리는 셈이 된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한화투자증권 윤용식 연구원은 지난 19일 리포트에서 “합병 후 희석 비율(58%)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23만6153원에서 19만8605원으로 감소(1분기 기준)한다. 또, SK E&S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기초자산으로 부산도시가스 등 7개 도시가스사업을 설정해 주당 가치 희석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리포트는 “향후 주가의 방향성은 합병보다는 SK온의 수익성 제고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SK온은 현재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3년여 동안 약 20조원을 투자했지만 최근 배터리 수요 부진이 겹치며 적자 탈출이 난망한 상태다. SK온은 올해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직전분기 대비 1조395억원 줄어든 1조6836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SK온은 지난 1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모든 임원의 연봉을 흑자전환 달성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전후 재무구조 [자료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전후 재무구조 [자료제공=SK이노베이션]

SK㈜ 영향력만 강화…국민연금의 선택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1:1917417)도 쟁점 중 하나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4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자산가치의 절반도 안되는 시가를 적용해 합병가액을 정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라며 “비록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은 합병비율 산정이기는 하지만 일반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 이사회의 합병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합병비율은 상장법인인 SK이노베이션은 시가를 적용했고 비상장법인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를 적용해 결정됐다. 그러나 자산가치만 본다면 SK이노베이션은 약 23조5000억원(1주당 24만5404원)인데 비해 SK E&S는 약 3조8000억원(1주당 8만2475원) 수준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할 때 상장법인은 시가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되 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하면 자산가치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4.4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합병비율대로 합병이 성사되면 SK㈜의 지분율은 55.91%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일반주주들의 지분가치는 그에 상응해 희석되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자신이 있다면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평가해 합병비율을 1:0.545820175로 정하거나 최소한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을 10% 할증해야 할 것”이라며 “합병의 목적이 SK온에 대한 자금지원이라면 합병보다 유상증자가 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주가치 침해의 우려가 높은 사안을 공정하게 논의하려면 상법 등 제도를 손질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와 소수주주의 과반의결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에 규정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해’로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팀장은 “명시적으로 이사가 주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면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합병이 성사되지 않거나 합병을 해도 이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주 중에서도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다를 수 있다. 이 문제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일정 제한하는 소수주주의 과반의결제로 대응하자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는 지켜봐야될 문제”라며 “주주들과 소통해 합병을 설득할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온 IPO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3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방안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2대 주주로 지분 6.2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관건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안건에 대한 결정은 기본적으로 투자위원회가 하는데 시장에 파장이 크다고 보는 안건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의결 전에는 외부에 논의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의결 이후에는 그 결과에 대해 공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지제공=SK이노베이션]
[이미지제공=SK이노베이션]

상법 개정 통한 주주 보호…정치권-학계 필요성 주목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일반주주의 지분 가치가 훼손되는 기업합병과 모자회사의 이중상장 등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 직전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한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정부도 법 개정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상법 개정’을 주제로 한 주주의 비례적이익과 밸류업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등 국회의원 8명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박 의원은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한국판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는데 주주들에 대한 권리와 이익보호 강화가 없는 밸류업이 진짜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 개정 필요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훈 교수는 “밸류업의 핵심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핵심”이라며 “상법 개정이 여의치 않다면 충실 의무를 자본시장법에 규정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물적분할 상장, 자사주 처분‧맞교환, 공개매수,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른 문제점을 이사의 (주주의 이익에 대한)충실 의무 도입으로 상당부문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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