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잇따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이 매각 흥행에 사실상 실패한 가운데 건전성이 부실한 중소형 매물들은 연거푸 매각 작업이 좌초되고 있다.
◇ 롯데손보 매각 원점으로… 매각 향방 안갯속
롯데손보는 올해 보험사 M&A 최대어로 꼽혔던 매물이었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를 인수한 지 5년 만인 올해 롯데손보를 매물로 내놨다. 롯데손보는 그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거쳐 실적과 함께 몸값을 높여왔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02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하에서 핵심이익지표로 꼽히는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은 5,479억원 확보했다.
이에 시장에선 모처럼 등장한 알짜 매물이라며 큰 기대를 보냈다. 뜨뜻미지근한 보험사 M&A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대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예비입찰에 우리금융과 함께 외국계 사모펀드 블랙록, 블랙스톤, 콜버그그래비스로버츠(KKR)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더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진행된 본입찰 결과는 이러한 시장의 기대치에 찬물을 부었다. 우선 유력 후보로 꼽히던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불참하며 인수전에서 철수했다.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엔 외국계 투자사 1~2곳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이후 JKL파트너스 측은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 중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매각 방식을 ‘상시매각’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롯데손보의 매각 작업은 사실상 원점에 서게 됐다. 대주주 측은 국내외 투자사들과 접촉해 매각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단기간에 매각 작업이 종료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선 롯데손보 M&A 불발 배경에 ‘고평가 논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으로 2조~3조원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시장에선 롯데손보의 적정 매각가를 1조원 중반 수준으로 평가해왔다. 이에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들과 이러한 가격 인식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매각 난항 배경으로 거론된다.
나름 알짜 매물로 꼽히던 롯데손보가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다른 보험사 매물들의 사정은 더 좋지 못했다.
우선 MG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추진된 세 번째 공개매각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지난 19일 진행된 MG손보 매각 본입찰에는 응찰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국내 PEF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의 금융전문 PEF JC플라워 모두 본입찰에 최종 불참했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곳이다. 2022년 4월 금융위원회는 건전성 악화와 자본확충 지연 등을 이유로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후 금융위의 업무 위탁을 받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MG손보에 대한 공개매각 절차에 나섰지만 매각 작업은 연거푸 실패했다.
◇ MG손보 세 번째 공개 매각 실패… 자본확충 부담 발목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3,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돼왔다. 다만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 추가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다. MG손보의 1분기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52.1%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MG손보의 건전성 개선을 위해선 적게는 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가까이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서 예보가 원매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3,000~4,000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이러한 관측에도 결국 인수전에서 철수했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불참 배경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KDB생명도 잇따라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매물 중 하나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은 지난해 시도까지 포함하면 다섯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나금융지주는 2개월 간 실사 작업을 진행한 끝에 인수 추진 철회를 선언했다.
경영 정상화에 투입되는 자금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후 기준으로 129.2%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 비율은 44.5%에 불과했다. 이처럼 건전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보험사 매물들은 장기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M&A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들이 신통치 못한 성과를 내면서 동양생명·ABL생명의 매각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인수전에서 발을 뺀 후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우리금융 재무부문 임원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동양생명·ABL생명 M&A 관련해 “실사 후 금액이 결정되겠지만 보험사 인수시 자본에 부담이 되는 ‘오버페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가를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의 결과가 어떨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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