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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100호 금메달리스트 나왔다…한국 선수들의 ’48년’ 금빛 발자취 [이슈크래커]

이투데이 조회수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 시상식에서 반효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한국 사격 대표팀 역대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은 우리나라 역대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연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 후 본격적인 경기 일정이 시작된 28일 이래 연이은 금메달 행진을 벌이고 있는데요. 개막에 앞서 설정한 목표치는 벌써 달성했습니다.

우리나라는 30일 오후 4시 기준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총 9개의 메달을 따냈는데요.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목표를 금메달 5개, 종합 15위 안에 드는 것으로 세운 바 있죠.

대한체육회가 예상한 ‘확실한 금메달’은 양궁 3개, 펜싱 2개였습니다. 그런데 사격에서 깜짝 메달이 쏟아졌는데요. 28일 여자 공기권총 10m의 오예진(IBK기업은행), 29일 여자 공기소총 10m 반효진(대구체고)의 금메달이 터지면서 ‘대박’을 친 겁니다.

반효진이 따낸 금메달은 우리나라 역대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이기도 합니다. 또 이 금메달이 더 뜻깊은 건 역대 하계 대회에 나선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선수가 목에 건 금메달이라는 거죠.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시상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10대 명사수의 탄생…한국 사격, 4년 뒤에도 든든하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습니다. 상대는 공기소총 혼성 금메달리스트, 중국의 황위팅이었죠.

10점대 고득점 행진을 벌이던 반효진은 8발째에 9.7점을 쏴 잠시 순위가 내려갔지만, 곧바로 9발째 10.8점으로 만회했습니다. 결국 10발 사격을 마쳤을 때 반효진은 104.8점으로 2위에 자리했습니다.

이후 두 발씩 쏘고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에서도 반효진은 ‘강심장’을 자랑했는데요. 특히 13발째 사격에서는 10.9점 만점을 적중시키면서 선두를 달리던 황위팅과 격차를 0.5점으로 좁혔습니다.

줄곧 황위팅을 추격하던 반효진은 16번째 사격에서 또 한 번의 10.9 만점을 쏴 0.1점 차로 역전에 성공, 순위표 정상에 올랐는데요. 17번째 발에서도 10.6점 고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황위팅과 격차를 0.1점 더 벌렸습니다.

반효진은 19번째 발에서 잠시 황위팅에 동점을 허용했으나, 곧바로 20번째 발에서 다시 0.1점 차로 앞서갔습니다. 21번째 발에서는 10.7점을 명중하면서 황위팅과 격차를 0.3점까지 벌렸죠.

먼저 흔들린 건 황위팅이었습니다. 22발째에 9.6점을 쏴 스스로 무너졌고, 반효진은 1.3점 차로 앞섰는데요. 금메달을 다 잡은 듯했던 반효진도 금메달을 결정하는 시리즈에서 23번째 발 9.9점, 24번째 발 9.6점으로 갑자기 영점이 흔들려 동점이 됐습니다.

슛오프까지 간 상황. 반효진은 다시 침착하게 10.4점을 쏴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했습니다. 불과 0.1점 차이였죠.

한국은 전날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역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9개를 달성한 바 있습니다. 일정상 반효진이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조건을 갖춘 상황이었는데요. 결국 반효진의 ‘금빛 방아쇠’는 100호 금메달까지 꿰뚫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효진은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린 2021년에야 처음 사격을 시작해 경력이 3년밖에 안 되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타고난 천재성과 성실함으로 파리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죠.

반효진의 금메달은 한국의 통산 100번째 하계 올림픽 금메달이자 역대 하계 대회에 나선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선수가 목에 건 금메달입니다. 2007년 9월 20일생인 반효진은 16세 10개월 18일의 나이로 우승했습니다. 종전 기록은 1988 서울올림픽 양궁 종목에 참가했던 윤영숙(당시 17세)이었습니다. 윤영숙은 당시 여자 단체전 금메달 멤버였죠.

반효진은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 출전하더라도 불과 20세입니다. 전날(28일) 공기권총 여자 개인전에서 19세의 나이로 금메달을 따낸 오예진(IBK기업은행)도 LA올림픽에 출전할 때 23세죠.

공기소총 혼성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박하준(24·KT)과 금지현(24·경기도청), 금메달 후보로 기대 중인 25m 권총의 양지인(21·한국체대) 등도 LA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선수로서 한창 기량이 무르익는 20대 후반이 되는데요. ‘사격 황제’ 진종오의 은퇴 이후 고전했던 한국 사격이 4년 뒤에도 든든한 이유입니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올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양정모가 2016년 8월 1일 금메달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 이후 첫 금메달 안긴 양정모 시작으로…48년 쌓은 금자탑 ‘반짝’

하계 대회 금메달 100개는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일본, 호주, 스웨덴, 핀란드까지 12개국(소련과 동독 제외)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반효진의 금메달로 한국이 13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죠.

반효진이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면서 그 시작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였습니다. 첫 금빛 영광은 레슬링 자유형 62㎏급에서 우승했던 양정모가 누렸는데요. 양정모의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날은 1976년 8월 1일, 광복의 달 첫 휴일 아침이었습니다. 일요일이라 발행하지 않던 신문들도 호외를 뿌려 가며 감격의 순간을 전했죠.

1936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한국인 최초로 남자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그의 가슴엔 일장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1948 런던올림픽에야 태극기를 달고 처음 출전한 우리나라는 양정모의 금메달로 28년 묵은 금맥을 캤던 셈입니다.

1980 모스크바올림픽은 냉전 시대였던 터라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1984 LA올림픽에선 6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을 알렸죠. 한국은 LA 대회부터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습니다.

1988년 세계에 한국을 알린 서울올림픽에선 처음으로 두 자릿수 금메달(12개·종합 4위)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마찬가지로 금메달 12개를 따낸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통산 30번째 금메달이 나왔는데요. 당시 핸드볼 대표팀은 한국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한국의 통산 올림픽 금메달 수를 30개로 늘렸죠.

1996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7개, 8개를 획득한 한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금메달 9개)에서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김동문·하태권이 통산 50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이후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모두 단일 올림픽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는데요. 특히 두 대회에서는 수영(박태환·2008년 베이징), 기계체조 뜀틀(양학선·2012년 런던) 등 한국과는 영 인연이 없었던 기초 종목에서 첫 우승자가 나오면서 놀라움을 샀습니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까지 통산 금메달 96개를 기록했죠.

자랑스러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진종오와 ‘양궁 전설’ 김수녕입니다. 이들은 4개의 금메달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요. 특히 김수녕은 1988년 서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며 스타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듬해 결혼과 함께 은퇴를 선언하며 활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7년 만인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복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3번째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전 국민을 소름 돋게 한 후에야 그는 완전히 은퇴했죠.

진종오와 김수녕 다음으로는 양궁 박성현, 기보배, 윤미진, 안산(광주여대), 김제덕(예천군청), 김우진(청주시청)이 금메달 3개씩으로 뒤를 잇습니다.

가장 많은 금메달을 배출한 종목은 단연 양궁입니다. 한국 양궁은 30일 남자 대표팀의 승리로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2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4개씩 따내며 세계 최강임을 못박았고요. 이번 대회에서도 올림픽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를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죠. 온라인에서는 “주몽의 환생도 아니고 주몽 그 자체” 등의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태극기를 든 응원단이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산 300번째 메달’도 초읽기…태극전사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제 우리나라 선수단은 하계 올림픽 통산 ‘300번째 메달’을 향해 달립니다. 30일 오후 4시 기준 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01개, 은메달 94개, 동메달 101개로 총 296개의 메달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2012년 런던 대회 역도 남자 최중량급(105㎏ 이상)에서 4위에 올랐던 전상균이 기존 동메달리스트 루슬란 알베고프(러시아)의 도핑 테스트 적발로 뒤늦게 이어받게 된 동메달을 합하면 동메달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전상균은 파리올림픽 기간에 메달을 받을 예정이라, 사실상 297개의 메달을 딴 상황이죠. 통산 300번째 메달도 ‘눈앞’이라는 겁니다.

아직 대회는 초반입니다. 추가 금메달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금메달은 ‘최강 양궁’ 남녀 개인전, 남녀 혼성 단체전이 가장 유력합니다. 사격과 펜싱의 남은 세부 종목에도 기대감이 나오는데요. 수영과 태권도, 배드민턴, 육상 높이뛰기 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 선수단의 사기도 치솟은 상태입니다. 조심스럽지만 두 자릿수 금메달 획득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대회 초반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한 만큼, 태극전사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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