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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도 안 돼, 쓸 곳도 없다”… 티메프 불길 ‘큐코인’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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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로 붐비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업체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에선 셀러 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서 사태 여파가 커지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로 붐비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업체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에선 셀러 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서 사태 여파가 커지고 있다. /뉴스1

전자상거래업체 큐텐의 플랫폼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토큰인 ‘큐코인’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모회사 큐텐의 플랫폼에서 판매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큐코인도 무용지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큐코인은 과거 신한 ‘더모아카드’가 분할 결제로 큰 인기를 끌었던 당시 적립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꼽히며 구매가 급증한 바 있어, 이번 사태로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30일 금융권과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큐텐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큐코인으로 구매를 시도했지만, 주문한 물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글이 여러 건 게시됐다. 소비자들은 주문을 해도 ‘배송 중’이란 메시지만 뜬 채 물건을 받지 못하거나,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비자는 “큐코인으로 10건의 상품 주문을 시도했지만, 이 가운데 8건을 취소당했다”고 했다. 다른 소비자는 “일단 종류를 막론하고 최대한 필요한 물품을 다 주문한 후 하나라도 배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더모아카드 가입자들로 이뤄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금 큐코인을 현금화하는 방법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라며 “생필품을 포함해 뭐든 사는 방식으로 털어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큐텐은 지난 2018년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큐브를 선보이면서 전용 가상화폐인 큐코인을 발행했다. 큐코인은 큐브에서 이뤄지는 모든 결제와 정산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큐텐은 또 위시팜이란 투자 플랫폼을 열어 큐코인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위시팜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판매자를 후원하고 목표 판매액을 채우면 투자한 만큼 추가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선불 충전금 개념으로 이용됐던 큐코인은 지난 2020년 11월 신한카드가 선보인 더모아카드의 분할 결제 사용처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더모아카드는 하루에 5000원 이상을 구매할 경우 1000원 미만 단위의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적립 포인트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매일 5999원까지 결제한 후 999원을 쌓을 수 있다. 쓴 돈의 16.7%를 되돌려 받는 셈이다. 이런 이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더모아카드는 2년간 약 20만장이 발행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한카드는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더모아카드를 쓸 경우 적립액을 2배로 늘리는 혜택을 제공했다. 끊임없이 분할 결제에 나설 경우 매달 6만원 가까운 수익을 얻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입자들은 주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모아카드를 이용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어 큐브 등 큐텐 계열 쇼핑몰은 미국 아마존과 함께 더모아카드 가입자들이 분할 결제를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꼽혔다.

당시 많은 더모아카드 가입자들은 매일 분할 결제로 큐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큐코인을 모아 적립한 후 필요한 물품이 생길 때마다 쓸 수 있고, 위시팜을 통해 추가 수익도 거둘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큐코인은 큐텐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구매한 후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수도 있다. 당시 큐코인은 0.1개씩 구입할 수 있어 더모아카드로 분할 결제가 가능했다.

큐텐은 2018년 쇼핑몰 큐브를 선보이면서 결제 수단 토큰인 큐코인을 발행했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에서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큐코인 가치도 크게 하락한 상태다. /큐텐 홈페이지 캡처
큐텐은 2018년 쇼핑몰 큐브를 선보이면서 결제 수단 토큰인 큐코인을 발행했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에서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큐코인 가치도 크게 하락한 상태다. /큐텐 홈페이지 캡처

더모아카드를 이용한 분할 결제는 지난 2022년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더모아카드로 큐코인을 사들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두고 ‘더모아-큐텐 적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큐코인 투자 열기는 지난해 4월 최소 구입 단위가 늘어나 더모아카드를 이용한 분할 결제 이점이 사라질 때까지 지속됐다.

이후 큐코인을 현금화하거나 물품 구매에 사용하지 않고 지금껏 보유해 왔던 투자자들도 많았다. 최근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큐코인의 활용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들도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은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5600억원의 유동성을 투입하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큐코인의 경우 해외에 본사를 큐텐이 발행하는 자산이라 투자자들이 구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큐텐 측도 큐코인을 현금으로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모아카드는 주로 소액 할부 결제가 가능한 통신·도시가스 요금 납부나 해외 쇼핑몰의 기프트카드, 쇼핑코인 구입에 쓰인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 분할 결제에 뛰어들었던 사람이 티몬·위메프 사태로 역풍을 맞게 맞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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