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에 빠진 서학개미
변동성 심한 종목도 쓸어 담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기술주 랠리 믿음 강한 영향
美증시 과열 우려에 금리 인하 불확실…투자 유의해야
# 직장인 안모(30) 씨의 최근 미국 주식창은 파랗다. 지난달 한 종목에서만 20% 넘게 오른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는 전 종목 평균 10% 넘게 손해를 보고 있어서다. 이에 안 씨는 자신이 그간 산 종목과 관련한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데 집중했다. 안 씨는 “최근 크게 하락한 종목들은 연말로 가면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며 “마이너스일 때 레버리지로 위험에 베팅하면 하반기에 더 큰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에 베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번에 큰 수익을 얻기 위해 3배 레버리지 ETF나 주가가 불안정한 종목에 투자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7월 한 달간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4억5092만 달러(약 6243억 원)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서학개미들이 이 ETF를 많이 사들이는 이유는 고공행진 하던 미국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7월 7% 넘게 빠져서다. 급락세가 강했던 만큼, 반등 가능성에 확신하며 더 큰 수익을 위해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사들인 것이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TMF)도 사들였다. 이 ETF는 순매수 6위를 기록하며 순매수 규모 총 7901만 달러(약 1094억 원)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20년 국채 일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한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하자,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매수세가 거세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국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위험에 베팅한 셈이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외에도 서학개미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나 2X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BITX),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 ETF(TSLL) 등 레버리지 ETF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는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거나 변동성이 높은 종목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순매수 상위를 기록한 애플(2위)과 나이키(4위), TSMC(5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나이키와 TSMC는 7월에만 각각 4.27%, 7.15% 하락했다.
다만 최근 미국 내에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도 아직 단정할 수 없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생산성 개선 기대가 높지만, 단기 관점에서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며 “이는 향후 관련 투자 지출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TV 토론회가 일찍 진행된 만큼 과거보다도 정치 불확실성 영향이 증시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며 “7월 말~8월 실적 발표에 대한 민감도가 상반기 대비 커질 수밖에 없으나,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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