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 지연, 소위 ‘큐텐 사태’로 금융권이 또 한번 소방수 역할을 부여받은 가운데, 이를 수행해야 할 은행‧카드 등 주요 업권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은행업계는 그간 지속해 온 상생 금융 방안을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본 티몬‧위메프 입점 셀러에 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카드업계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는 빠른 피해 복구에는 공감하면서도 당국의 무리한 ‘선(先) 환불’ 요구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서 주요 금융권 또한 사실상 피해자라는 입장인 만큼 소방수 역할과는 별개로, 당국의 무리한 책임 전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된다.
큐텐사태 ‘소방수 나선’ 금융권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카드사 등 주요 금융업권에서는 이번 큐텐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 입점 셀러의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한 금융지원에 돌입했다. 일단 카드사, PG사 등 소비자와 플랫폼 간 결제에 관여한 업권에서는 우선 소비자 환불 및 결제 취소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결제취소 및 할부계약 철회‧항변권을 활용한 환불 접수를 받고 있다”며 “접수 자체가 많고, 심사에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환불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공급해 온 ‘선정산대출’ 상품의 취급을 중단했고, 정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입점 마켓에는 상환 유예 및 이자 감면, 대출 지한 연장 등의 조치도 지원한다.
이처럼 주요 금융권이 소위 ‘큐텐 사태’ 해소에 발 벗고 나선 표면적 이유는 ‘상생금융’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금융업권에서는 소위 ‘이자장사’, ‘수수료 잔치’ 등 논란 해소를 위해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적극 동참해 왔다.
특히 경기침체 장기화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에 집중해 왔다. 이번 큐텐 사태 또한 이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 금융업권 내 설명이다.
다만, 실제 딜사이트경제TV가 만난 상당수 해당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이번 큐텐 사태에서의 소방수 등판이야말로 소위 ‘관치 압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상생금융 압박의 원인이 된 고금리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등 금융권을 향한 논란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큐텐 사태의 경우 대금 미정산 등 직간접적 책임조차 없는데도 당국이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압박했다는 것.
큐텐사태에 금융권은 ‘온도 차’
이에 대한 금융업권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당장 은행권의 경우, 상생금융 차원의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등 긍정적 분위기인 반면 카드‧PG사 등 이번 사태에 직접 관련이 있는 업권에서는 ‘이번 타깃은 우리냐’ 라는 다소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은행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한 업권 내 부담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금 미정산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입점 셀러 등도 지원 범위에 포함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지원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선정산대출, 지급보증 등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자금 규모도 은행 자체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은행의 경우 일부 티몬‧위메프 대상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크지 않고, 있다 해도 충당금 등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티몬‧위메프 입점 셀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금융지원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드사와 PG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현재 금융당국은 사실상 티몬‧위메프가 지급불능 상황에 빠진 만큼, 소비자를 위해 카드사 및 PG사에 적극적인 환불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다만,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티몬‧위메프에 환불 대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현저히 낮다. 사실상 카드사와 PG사는 자체 대금으로 소비자에 ‘선(先) 환불’ 뒤, 큐텐에 ‘후(後) 구상권 청구’등의 방식으로 대금을 받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카드‧PG업계 “우리도 피해자”
일단 카드사들은 다소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 카드 계열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와 업계 2위 삼성카드가 쌓아놓은 충당금 규모는 대략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물론 티몬‧위메프 결제 내역을 손실 처리할 경우,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충당금 등 자금 여력이 있는 데다 추후 PG사에 구상권 청구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PG사들은 이번 사태로 업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일단 PG업계는 지난 29일부터 소비자 환불을 위한 이의 접수 신청을 받고 있다. PG사의 경우 소비자에게 선 정산을 해준다고 해도 티몬‧위메프에 직접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자금 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PG사는 소비자 환불에만 연관된 카드사와 달리, 입점 셀러에게도 미정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 규모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더 커질 경우 PG업계의 손실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카드, PG사도 피해자인데 당국에서는 사실상 책임을 전가하는 형국이라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만일 환불 규모가 개별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늘어난다면 PG사의 경우 업계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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