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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판매자 대금 정산 및 구매자 환불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과 위메프가 29일 법원에 회생 개시 신청을 함에 따라 피해자들은 구제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 등 채권단이 기업회생절차에 동의하게 되면 당분간 채권이 동결되기 때문에 돈을 받을 수 없다.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재를 털지 않는 한 티몬·위메프는 파산 신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들은 판매 대금이나 환불을 받기 어려워진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함에 따라 판매자 및 구매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속도를 내던 소비자 구제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날 기업회생 신청 직후 티메프는 입장문을 통해 “양사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그로부터 창출되는 수익과 현금 흐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노력을 다해왔다”며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인한 현금 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티메프는 현재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판매 회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회생 개시 신청을 하게 됐다”며 “신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해 바로 강제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대신 구조조정 펀드 조성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먼저 기업과 채권자들이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티메프의 설명과 달리 판매자와 소비자의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관리가 성사되려면 채권단 3분의 2,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채권단이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 한 법정관리 전문 변호사는 “티메프 때문에 부도 위기에 내몰린 그 어느 판매자가 법정관리에 동의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정관리가 무산될 경우 구 대표가 사재를 털지 않는 이상 티메프가 선택할 카드는 파산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티메프가 파산 신청을 하면 피해자 보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에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 판매자들이 정산금을 거의 돌려받을 수 없게 돼 연쇄 부도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판매자는 선순위 채권자일 가능성이 높다. 구매자의 경우 소송 등 다른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하다. 기업회생이 개시되면 한동안 대금이 동결된다. 대금 미정산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입점사 상당수를 더욱 코너로 몰게 되는 셈이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륜의 방인태 변호사는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는 의미는 회생을 신청해서 기존에 돈을 많이 빌려준 사람들에게는 채권을 주식으로 바꾼다든지, 이런 식으로 채권을 일부 포기하게 하는 방식으로 빚을 탕감받는다는 것”이라며 “현재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진행하려고 했던 손해배상 채권은 이미 회생 신청 전에 발생한 채권이라서 회생 신청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변제받기까지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소송 대응 전략도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티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 대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거셌다”며 “대금 정산을 받을 수 없다면 저리로 대출을 연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티몬·위메프가 나서 판매 대금을 정산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던 입점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티몬·위메프가 사실상 돈을 지급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금을 받지 못한 한 판매자는 “현재 셀러들은 소식 듣고 모두 죽을상”이라며 “오전만해도 사재 출연해서 정산하겠다고 하다가 오후 돼서 회생 신청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회생 절차를 받게 되면 돈을 다 받지 못할까봐 걱정된다”며 “정산금의 10~20% 정도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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