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4사가 2분기 순이익 7000억 원을 넘기면서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저가 수주 우려를 털어버리고 고수익 선박 수주에 집중해오며 수주 실적이 증가한 것이 배경이 됐다. 조선주 주가도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실적 턴어라운드는 오는 하반기에 이어 2026년까지 계속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HD현대미포,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이달 들어 일제히 25% 넘게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사별로 HD한국조선해양(3764억 원)의 순이익이 가장 컸고, HD현대중공업(1956억 원), 삼성중공업(1307억 원), HD현대미포(174억 원) 순이었다.
4대 조선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72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최고치인 1분기(2484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실적이다. 이중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증권가 컨센서스를 각각 41%, 38%씩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고, HD현대미포도 영업이익 174억 원 흑자전환을 기록하며 기존 시장 예상보다 이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들 조선사의 호실적 바탕에는 기대 이상의 고품질 수주가 있다. 상반기 전 세계 신규 수주는 4200만 톤(GT)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량의 절반에 달한다.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수주의 절반을 달성하면서 대부분 조선사들이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에 조선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고수익 수주 건을 가려받는 ‘선별 수주’ 전략에 나섰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연간 목표 수주실적을 달성하며 수주 모멘텀을 즐기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이미 조선·해양 연간 목표의 123%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는 이미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도 현재 연간 조선·해양 수주 목표의 93%를 달성한 상황으로 실질적으로 연간 목표를 모두 확보한 셈이다.
수익성 개선으로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은 낮아졌다. 기존 밸류에이션은 수익성이 아닌 업종 지표와 과거 사례들로 설정했지만, 단기손익개선과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실적 가시성이 개선되면서 향후 조선사들의 가치평가도 수익성에 기반하는 것이 가능해진 셈이다. 기계, 방산 등 다른 산업, 해외 경쟁사와의 비교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낮춘다.
증권가에서는 조선 산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어닝서프라이즈가 일회성 요인이 아닌 경상적 호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 실적개선과 막대한 보유현금은 주주환원책의 재원으로 연말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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