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에 갈 곳 잃은 뭉칫돈 CMA로
반도체주 조정에 증시 출렁이자
CMA 잔고 4거래일 새 10% 증가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은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몰리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CMA잔고는 85조290억 원으로 약 일주일 전인 19일(76조8488억 원)보다 10.6% 증가했다.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국공채·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계좌다. 쉽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투자자들이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19~25일은 국내 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던 시기다. 미국발 정치 불확실성에 미 증시에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장이 이어진 영향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종가 기준)는 2824.35에서 2710.65에서 뒷걸음질 치며 총 4.03%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822.48에서 797.29로 주저앉으며 3.06% 빠졌다.
특히 반도체주가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9.5% 하락했는데 25일에만 8.87% 내리면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4.7% 내렸다
단기간 변동성이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증시 대기 자금이 CMA라는 안정적 투자처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면서 CMA가 금리 측면이나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매력도가 커진 상황이다. 증권사 CMA는 은행 상품과 다르게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지만 증권사가 도산할 가능성이 희박만 만큼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여윳돈을 굴릴 수 있다.
현재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35~3.45%로 기준금리(3.50%)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의 CMA 수익률(RP형)의 경우 최고 금리가 3.55%에 이른다. 또 정기예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증권사 CMA를 찾게 하는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 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요 미국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주가 조정을 받는 시기인 만큼 펀더멘털 우려가 가라앉기까지 CMA를 찾는 등 보수적 접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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