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리왕’으로 불리는 푸야오유리의 미국 현지 공장이 최근 ‘금융사기 및 불법노동’ 혐의로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갑작스레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가의 ‘중국 때리기’가 거세진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라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앞서 26일 오전 미국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FBI)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의 수백 명 요원이 오하이오주 데이턴 지역의 푸야오 유리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미국 당국이 ‘노동착취·금융범죄’에 초점을 두고 푸야오유리를 포함한 현지 27곳 기업을 수사한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공장 일부 작업장 가동도 멈췄다. 수사팀은 푸야오유리 공장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5시경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현지 언론은 현지 한 인력회사에서 푸야오유리 공장에 불법노동자를 공급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현지 정부가 조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야오유리는 28일 저녁 “이는 당국이 자사를 표적 수사한 것이 아닌, 주로 제3자 인력회사에 대해 진행 중인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이 마무리된 직후 공장은 생산 작업을 재개해 현재 생산 및 운영이 정상화했으며, 제품 운송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푸야오유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를 받을 당시 공장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도 올렸다. 영상엔 수사팀 요원이 푸야오유리가 현재 조사 대상이 아니며, 누구도 체포할 의향은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계가 중국을 표적 삼아 견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뤄진 만큼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칭화대학교의 한 국제관계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아직 미국 당국에서 공식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미칠 영향을 논평하긴 어렵다”면서도 “자동차 유리 제조업체인 푸야오는 반도체 칩 같은 다른 산업보다 (미·중 지정학적 갈등 이슈)에 훨씬 덜 민감하지만, 이번 수사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만큼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실제로 푸야오유리의 미국 현지 공장이 미국 정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29일 오전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 푸야오유리 주가는 장중 7% 이상 폭락했다. 특히 푸야오유리가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의 상징성을 띠는 만큼, 이번 압수수색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는 평가다.
푸야오유리는 1987년 푸젠성 푸저우에서 창립된 세계 최대 자동차용 유리 생산업체다. 푸아오유리 창업주 차오더왕은 ‘중국 유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푸야오유리는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도산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오하이오 공장을 인수하는 등 미국 현지에 적극 투자해왔다. 푸야오유리는 오늘날 그룹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해외에서 창출될 정도로 글로벌 사업에 적극적이다.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당시엔 중국기업의 미국 투자의 상징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에 참여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라는 영화에서 미국 현지 푸야오유리 공장을 집중 조명하면서다. 영화는 푸야오유리 공장의 미국 현지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중국 기업의 엄격한 경영관리 시스템, 그리고 미·중 근로자간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 등을 담았다.
한편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인 후보들의 중국 견제 행보가 두드러진 것에 대해 셰펑 주미 중국 대사가 경고 목소리를 냈다. 29일 주미 중국대사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따르면 셰펑 대사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중 수교 4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계획이 없으므로 미국은 중국을 억압하거나 억제하려 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미국의 대선과 내정에 간섭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미국도 중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고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중국패’를 꺼내 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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