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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 남아 수련을 이어가는 흉부외과 전공의가 전국에 12명만 남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29일 이러한 전공의 수련 현황과 함께 “내년에 배출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최대 6명에 불과하다”며 “흉부외과를 위시한 필수 기피 의료의 명맥이 중단될 위험성이 커졌으므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회가 이달 24~26일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전공의 정원 107명 중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보류 상태로 사직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정원 107명 중 89%가 사직 또는 사직 과정을 진행 중인 셈이다. 현장에 복귀해 근무 중인 전공의는 1년차가 3명, 2년차 2명, 3년차 1명, 4년차 6명이었다. 4년차 흉부외과 전공의가 모두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배출 가능한 신규 전문의는 최대 6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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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살펴보면 흉부외과 전공의 12명은 대전·충남에서 5명, 서울과 경북·대구에서 각각 2명이 수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 경남·부산·울산, 전남·광주 등 세 지역에선 각각 1명이 남았고 강원·충북·전북·제주에는 한명도 없었다.
학회는 “신규 전문의 배출과 이를 통한 지역의료 활성화는 이미 붕괴했다. 지역의 권역 심혈관센터나 응급의료센터도 작동할 수 없게 됐다”며 “향후 몇 년간 전공의 사직의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흉부외과는 위험 부담과 업무강도가 높은 데다 고질적인 저수가, 인력부족 등에 시달리며 대표적인 기피 진료과로 꼽혔다. 그러한 현실로 인해 부득이하게 이미 오래 전부터 전문의의 희생에 의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확립돼있다는 게 학회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어렵사리 이어져 온 흉부외과의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학회는 “수술 등 진료가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으나 신입 전문의 투입 불가로 그 지속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 12명으로는 연간 2만 이 넘는 심장 수술과 폐암 수술을 완수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내년에는 전국의 흉부외과 전공의 수가 한자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황이 나아지기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학회는 “신입 전문의 배출 없이 전문의 중심병원은 불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이 다시 꿈을 꾸고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국에는 미래에 심장병과 폐암을 앓는 환자들이 희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죄다. 시간이 없으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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