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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TK 자민련’ 오명 씻을 적기는 지금이다 [기자수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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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자민련 우려하는 정진석·홍철호, 尹 핵심 참모

새 선장 한동훈, 중도·수도권·청년 외연 확장 약속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한다. 정말 혁신적인 교두보를 고민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결국 ‘TK(대구·경북) 자민련’이라는 초라한 몰골로 귀결될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참패한 뒤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정 실장은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의 4선 국회의원이었다.

“우리 당이 바뀌지 않고 이대로 가면 ‘TK 자민련’ 꼴이 될 수 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경기 김포을에서 당선된 뒤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홍 수석은 2014년 김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두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며 국회에 입성한 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상태였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에 108대 192로 참패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90석 중 59석은 영남에서 나왔다. 보수 텃밭 TK에선 25개 선거구를 싹쓸이 했다. 40석이 걸린 PK(부산 17석·울산 4석·경남 13석)에선 34석이나 가져왔지만, 득표율을 민주당과 비교했을 땐 큰 차이가 없었다. PK는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니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민주당은 PK 지역에서 40%를 훌쩍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승리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혜택을 국민의힘이 톡톡히 본 것이다. 122석이 걸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선 19석을 얻는 것에 그쳤다.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을 넘어 ‘TK 자민련’이 되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졌다.

여권의 ‘TK 의존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취임 이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내정했다가 갑자기 철회한 뒤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를 임명했다. 대통령실에선 인사 검증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이력 때문에 TK에서 비토(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다.

윤 대통령의 TK 챙기기는 각별하다. 윤 대통령은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띄운다. 윤 대통령이 4·10 총선 후 처음으로 지방 민생토론회를 연 지역도 경북(6월 20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정신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이 있는 영남대 역사관도 찾았다. 총선 전 3월 4일엔 대구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놀랍게도 정 실장과 홍 수석의 발언은 2024년 현재의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 던지는 충고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가 않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의 체질 개선과 외연 확장을 재차 외치고 있다.

한 대표는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을 확정 지은 뒤 수락 연설을 통해 “과거 우리와 상대(야권)의 확고한 지지층 비율이 3대 2였다면 지금은 2대 3″이라며 “우리는 외연을 확장해야 이길 수 있고 상대는 현상을 유지해도 이길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우리 국민의힘을 선택해 주셨던 유권자 연합을 단시일 내에 복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풀뿌리 정치시스템의 재건, 여의도연구원의 정책기능 강화, 국민의힘의 유연한 운영을 통한 정치의 저변 확대, 특권 폐지를 통한 과감한 정치개혁 등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중도와 수도권, 청년으로 확장해 나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 때도 당의 생존을 위해선 ‘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 발은 보수의 심장인 전통 지지층에 두고 한 발은 수도권과 청년을 향해 과감히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과 홍 수석이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고, 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을 약속한 한 대표가 국민의힘의 새 선장이 됐다. 여권이 ‘TK 자민련’이라는 오명을 씻을 적기(適期)가 도래한 것은 아닐까. 당정 수뇌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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