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국내 기업들은 남녀 임금 격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 여성 임금이 남성의 70% 수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반대로 여성 임금이 더 높게 나와 눈길을 끈다.
현대차가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여성 직원 평균 기본급은 1억196만원으로 처음으로 1억원을 넘겼다. 2022년(8936만원)보다 14.1% 증가했다.
2023년 현대차 남성 평균 기본급(9693만원)과 비교하면 여성이 500만원 가량 더 많다. 현대차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 기본급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이다. 2020년엔 기본급이 남성 7266만원, 여성 7164만원으로 남성이 100만원 가량 많았다.
그러다 이듬해 남성 7929만원, 여성 7940만원으로 역전됐다. 2022년은 남성 8828만원, 여성 8936만원으로 110만원 차이가 났다. 지난해 남녀 기본급 차이가 더욱 급격하게 벌어진 것이다.
여성 임금 상승률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별도 연봉 책정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차이는 현대차 신입 직원 채용이 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21~2023년 매년 2만3000여명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2019년 4805명, 2020년 7096명보다 3~4배 많은 인원을 새로 고용하고 있다.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10~20대 비율이 65%고, 대부분 남성(88%)이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을 수밖에 없는 남성 신입 채용이 늘면서 전체 남성 평균 임금 상승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원·대리급 직원을 제외한 남성 관리자(일반직 과장·부장, 연구직, 임원 등) 지난해 평균 급여는 1억2772만원으로, 여성 관리자 1억1905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년 대비 급여 상승률도 남성이 11%로 여성 10.1%보다 약간 높다.
해외법인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해외법인 여성 직원 비율은 15.6%. 국내 여성 비율(7%)보다 2배 이상 높다. 해외에선 여성 고용을 선제적으로 확대한 영향으로 여성 관리자 비율(16.6%)도 국내(7.9%)보다 높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국내 자동차 부문 직원들만 한정해 산출한 지난해 평균 급여가 남성(1억1900만원)이 여성(1억200만원)보다 높다.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도 ‘남초’ 기업 이미지를 벗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현대차 국내 여성 직원수는 5103명으로 2년 전(4281명)에 비해 16% 늘었다. 지난해 남성이 절대 다수인 생산(기술)직 국내 공채를 10년 만에 재개했음에도 남성 직원수(6만7912명)는 소폭 줄었다. 해당 생산직 공채에서도 그간 불문율을 깨고 상반기 기준 여성 6명을 처음으로 뽑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 임금 수준은 올해도 작년 대비 11~12%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초 현대차 노사는 2024년 임금협상을 통해 성과급이 기본급의 500%+1780만원 등을 포함한 역대 최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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