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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 부통령의 경호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부통령이 별도 공관도 없이 허술한 경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집에 사는 부통령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국 의회는 1966년 워싱턴DC 북서쪽의 해군천문대(USNO) 부지에 3층짜리 부통령 관저 신축을 승인했다. 하지만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경기회복 때까지 건설 중단을 결정하는 바람에 공사는 계속 미뤄지다 결국 무산됐다. 1974년 미국 하원은 USNO 부속 건물을 부통령의 공식 거주지로 지정하는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곳이 현재 미국 부통령 관저인 ‘옵서버터리 서클 1번지(Number One Observatory Circle)’이다.
이 건물은 1893년 해군천문대 감독관의 숙소용으로 지어졌다. 1923년 당시 해군참모총장은 이 건물을 직접 사들여 개인 주택으로 개조했다. 이곳은 부통령 관저로 지정된 후 재단장됐다. 부통령 관저는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로 가까운 데다 해군 부지에 있어서 경호에도 용이하다. ‘옵서버터리 서클 1번지’에 처음 입주한 부통령은 지미 카터 행정부의 월터 먼데일이다. 그 뒤 모든 부통령이 여기에서 거주해왔다. 2015년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열린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주최의 환영 오찬에 참석해 한미 간 우의를 다졌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직후 부통령 관저에서 당내 주요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려 지지를 얻어내는 속전속결 교통정리로 후보직을 굳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최근 보도했다. NYT는 “해리스가 대대적 공세로 바이든에 결여됐던 활력과 에너지를 입증시켰다”고 평가했다. 미국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직 승계 1순위다. 미국이 부통령 관저를 따로 마련한 것은 잠재적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경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도 정치 테러에 노출되기 쉬운 여야 정치 지도자들의 신변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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