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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4법’을 둘러싼 여야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주말내내 지속됐지만 180석을 훌쩍 넘는 거대 야당의 독주에 법안들은 하나씩 입법부 관문을 넘어섰다. 야당은 24시간이 넘으면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며 30일까지 방송4법 입법을 단독으로 마치는 한편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까지 내달 1일 처리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방송통신위원회법에 이어 28일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온 여당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곧장 방송문화진흥회법을 상정했다. 민주당은 29일 방문진법 처리 후 EBS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방송4법이 ‘법안 상정→필리버스터→강제 종료→법안 통과’를 반복하며 30일 본회의까지 모두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셈이다.
기형적인 국회 운영에 여당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의회가 다 망가져도, 여야 관계가 파탄나도 지켜야 할 기관이 방통위원회냐”며 한탄했다. 주 의장은 여야 지도부에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 달라”며 촉구하면서 “방송4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명확한데 거부권으로 무효화될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가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송4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고 있는 주 부의장의 복귀를 촉구했다. 주 부의장의 부재로 우 의장은 이학영 부의장과 3시간 간격으로 돌아가며 본회의 사회를 보고 있다. 우 의장은 “무제한토론은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 이라며 “자당의 이익 때문에 의장단까지 갈등이 생기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 관계 파탄에 따른 악순환은 방송4법 처리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당은 당론 채택한 노란봉투법과 25만원 지원법의 내달 1일 본회의 상정을 예정하고 있다. 우 의장이 이르면 29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양측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다만 4박 5일에 이를 필리버스터 정국에 국민적 피로감도 큰 만큼 우 의장이 야당의 독주에 속도조절을 시도할 수는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의 본회의 상정 여부는 법사위 통과 이후에 생각할 문제” 라며 “여야가 계속해 ‘강대 강’ 대결을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운명이 뻔히 정해진 법안에 대해 상정 안 하면 된다”거 국회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여야가 민생을 팽개치고 벌이는 소위 ‘방통위 대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확인하려 대전MBC 현장 검증을 진행한 야당은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 시절 무단결근을 하고 해외여행을 간 정황이 확인됐다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법카 유용 의혹 등에 대해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을 최대한 빠른시일 내에 마치는 한편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으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검토하는 등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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