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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로켓이 떨어져 최소 12명이 숨진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측의 미온적 태도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BBC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골란고원에 위치한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지면서 공놀이 중이었던 어린이와 청소년 등 12명이 사망하고 약 20명이 부상당했다.
한때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통제해 온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은 받지 못한 상태다. 마즈달 샴스에는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드루즈파를 믿는 시리아계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공격을 받은 직후 헤즈볼라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귀국 일정을 앞당기고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공격에 대해 헤즈볼라는 지금껏 치른 적이 없었던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즉각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모하메드 아피프 헤즈볼라 대변인은 골란고원의 군사기지를 공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마즈달 샴스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 측도 “한 편의 연극”이라고 일축했다. 헤즈볼라가 공격을 부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전면전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중동 전문가인 다니엘 소벨만은 “이번 로켓 공격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9개월간 전투 중 가장 심각한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교전은 어느 한 쪽도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 수뇌부를 제거하고 작전기지를 파괴한다는 명분으로 인도주의 구역을 잇따라 공습하고 있다. 휴전 협상 전날인 이날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거주하는 학교를 공습해 최소 3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또 이스라엘은 최근 휴전 협상에서 추가 조건을 잇따라 내걸면서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탸나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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