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 개정안 수용 거부
상속세 일괄공제만 5억 원↑
‘중산층 세 부담’ 완화 기조
종부세·금투세 개편 공감대
민주 일각 “당 정체성”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중산층 세 부담’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상속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해 야권 일각에서는 중도층을 겨냥한 ‘우클릭’ 승부수를 띄웠다. 다만 민주당의 정책 노선을 고려할 때 “당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28일 야권에 따르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목표일 뿐,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청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한 정부의 상속세 안에 대해 진 의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벌었을 때 내는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45%”라며 “그런데 아무런 노력 없이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서 내는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면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보다 훨씬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속세와 관련해 최고세율 인하(50%→40%)·최저세율(10%) 과표 상한 인상(1억→2억) 안을 내놨다. 자녀 공제를 1인당 5억 원으로 대폭 높이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상속액 30억 원을 웃도는 최상위층 자산가들의 감세 혜택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녀공제 금액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10억 원까지, 배우자는 배우자 공제분(5억 원)을 합해 15억 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게 된다.
정부안에는 반대했지만, 민주당 역시 ‘상속세 완화’ 기조에는 동의한 셈이다. 상속세 일괄공제는 1997년 이후 28년째 개정하지 않아 경제 발전과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서울 평균 매매 가격인 12억 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5억 원 일괄공제를 제외한 7억 원에 대해 30%의 세율이 적용돼 2억 1000만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일괄공제를 높여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들이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종부세와 금투세 개편에 대해서도 긍정적 견해를 내놨다. 진 의장은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최근 종부세 재검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부·여당이 폐지 입장을 공식화한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진 의장은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정책 변화는 표심과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부동산 정책과 후보자 도덕성: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슈가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동아시아연구원(EAI)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대선 투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31.1%)였다.
다만 ‘조세 형평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기조와는 다르다는 내부 비판은 존재한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는 이날 충남도당 합동연설회에서 “부자 감세는 절대 안 된다. 재원 없이 어떻게 먹고사는 문제 ‘먹사니즘’을 실현할 수 있겠냐”며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종부세 완화론’에 11일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연구원 채은동 연구위원도 지난달 26일 발간한 ‘종부세 지역별 부담과 혜택’ 보고서에서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재정수입은 1조 원 증가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강북 8구(강북·구로·관악·노원·도봉·동대문·은평·중랑)는 약 1000억 원이 감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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