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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기조 바뀌나…흑석9 이어 잠실주공5 ‘스카이브릿지’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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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70층 높이 주동 2개 건물을 잇기로 했던 스카이브릿지가 최근 삭제됐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땅집고] 최근 서울시가 ‘스카이브릿지’(Sky bridge) 설치를 계획했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들에 줄줄이 제동을 걸고 있다. 올해 동작구 흑석9구역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와 스카이브릿지를 없애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서울시 권고에 스카이브릿지를 전면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서울 강남권 굵직한 정비사업 구역마다 아파트 고급화를 위해 고층 동(棟)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를 내세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주변 경관 저해나 공공개방 조건 등을 이유로 들며 스카이브릿지에 부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스카이브릿지를 포함한 새아파트는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기사: [단독] 잠실주공5단지, 스카이브릿지 2곳 전면 철회
☞관련기사: [단독] 스카이브릿지 개방 조건부특혜받은 원베일리, “혜택은 챙기고 의무는 없던 일로”

■서울시 권고 못 이겨…흑석9·잠주5 강남 단지마다 스카이브릿지 철회

스카이브릿지란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 고층 건물의 동과 동 사이를 수평으로 연결해서 만든 통로를 말한다. 주거용 건물에 스카이브릿지를 적용한 최초 단지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 2005년 분양한 ‘트라팰리스’다. 초기에는 단순 전망대나 휴식공간 위주로 쓰였지만, 2010~2020년대 들어 이 곳에 북카페 등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하는 설계가 등장하면서 아파트 고급화·차별화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조합마다 스카이브릿지를 포함한 정비사업 계획안을 원하고, 건설사들도 시공권 수주 과정에서 고층 아파트를 스카이브릿지로 연결한 웅장한 조감도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땅집고]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에 설치하기로 했던 스카이브릿지 조감도. 서울시가 최근 이 시설물을 삭제하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건설

하지만 최근 스카이브릿지를 내건 조합마다 서울시 제동에 사업 발목을 잡히고 있다. 한강을 끼고 있는 동작구 흑석9구역이 대표적이다. 당초 조합은 총 1540가구 대단지면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건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으로 탈바꿈하는 만큼 2021년부터 ‘한강뷰’가 가능한 스카이브릿지 설계를 고안해냈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해 4월 열린 건축위원회에서 스카이브릿지를 삭제해야만 흑석9구역에 대한 건축심의를 통과시켜주겠다는 결론을 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비용적 측면을 비롯해 단지 내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다”며 “사업지가 큰 대로변을 끼고 있는 것도 아니라 위치상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해도 경관 향상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땅집고] 올해 6월 20일 송파구청이 게시한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결정(변경안), 잠실주공5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결정(변경안),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 재공람공고 내용에 단지 내 스카이브릿지를 삭제하는 내용이 기재됐다. /송파구청

지난달에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단지 출입구 주동과 한강변 3개동에 조성하려던 스카이브릿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아파트에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하는 경우 가로 경관 확보가 어렵다’며 ‘이 시설을 공공개방시설로 담보해야 하는 만큼 규모 등 적정성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지하철 2·8호선 잠실역과 맞붙은 70층 높이 주동에 설치하는 스카이브릿지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아파트를 랜드마크로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평가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란 평가다.

■ 스카이브릿지 철회, 형평성 논란 있지만…건축비·공공개방 피하는 이점도

정비업계에선 최근 서울시 기조를 고려하면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건설할 때 스카이브릿지를 포함하는 경우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현재 스카이브릿지가 계획돼있는 용산구 남영2구역과 한남2·4구역 등 구역도 전례를 따라 삭제 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카이브릿지를 없애는 문제를 두고 조합원 찬반이 갈리는 분위기다. 먼저 형평성 차원에서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눈에 띈다. 지난해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나 올해 6월 입주를 앞둔 ‘래미안 원펜타스’를 비롯해 이미 스카이브릿지를 갖춘 서울 아파트가 적지 않아, 서울시가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70층 높이 주동 2개 건물을 잇는 스카이브릿지는 최근 삭제됐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반대로 요즘 건축비를 고려하면 스카이브릿지를 없애는 것이 사업성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브릿지 한 개를 지을 때마다 200억~300억원 정도를 들여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울시가 요구하는 대로 스카이브릿지를 입주민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공시설로서 개방하느나 차라리 철회가 낫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최근 ‘래미안 원펜타스’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브릿지를 비롯해 아이 돌봄 센터 등 시설물 13곳을 공공에 개방하는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1년여 동안 기싸움을 벌였다. 이 단지가 공공개방을 조건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받아 건폐율·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긴 했지만, 준공 후 외부인 출입을 꺼려하는 조합원들이 많아 갈등이 장기화된 것이다.

서울시 재건축정책팀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스카이브릿지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기조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건축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하기에 경관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개별 단지에 대해서 시설물 축소·삭제를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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