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총선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대통령실과 야당의 관계가 최악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 대통령실도 야권을 향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정면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국회 상황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피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거대 야당은 시급한 민생현장, 한시 바쁜 경제 정책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선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에서 의석수를 앞세워 해병대원 특검법 상정 강행, 방송4법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보란 듯이 재발의하는 것 자체가 입법부가 행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회 상황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국회가 가로채면 안되는 것이지 않느냐”고 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아무리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더라도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차원에서도 국회 탄핵 청문회와 같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사안에 대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탄핵 사유가 있어야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실과 야당간 대화는 민주당 지도부 선출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당장 최고위원 후보들이 너도나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상황에서 대화가 이뤄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을 외쳤던 이들과 현 정부간 대화가 되겠냐는 회의가 섞인 시선도 있다.
야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 방침에는 최근 한동훈 지도체제 이후 우려와는 달리 당정일체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만 해도 한 대표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해병대원,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고리로 당정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당선 다음날 윤 대통령의 초청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언급하며 애정을,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현재 방송4법 저지를 위해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윤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방송4법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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