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에서 3년간 겨우 10승한 투수가 맞나 싶다. 벤 라이블리(32,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진짜 미쳤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선발승을 따냈다.
라이블리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시즌 9승(6패)을 따냈다. 시즌 평균자책점 3.44.
라이블리는 2017년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2018~2019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몸 담았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으나 10승12패 평균자책점 4.14에 그쳤다. 1년 성적이 아닌 3년 토털 성적이다. 36경기서 평균자책점 4.14.
그런 라이블리가 2023년 신시내티 레즈를 통해 4년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그러나 19경기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승7패 평균자책점 5.38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게 반전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클리블랜드와 1년 단돈 75만달러(약 10억4000만원)에 계약헸다.
현재 KBO리그에도 100만달러 이상 받는 외국인투수들이 있는 걸 감안하면, 라이블리는 올 시즌 역대급 가성비 활약이다. 클리블랜드가 이날까지 62승41패, 승률 0.602로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를 질주하는데 당당한 주역이다. 급기야 32세에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시즌 10승 고지에 오르기 일보직전이다.
더구나 이날 상대한 필라델피아는 클리블랜드보다 승률이 더 높은 팀이다. 이날 졌어도 64승39패, 승률 0.621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다. 역대급 스타구단 LA 다저스보다 고공행진이다. 라이블리가 그런 필라델피아를 잠재웠다.
라이블리는 1회 1사 1루서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를 76.4마일 커터로 1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2회 선두타자 J.T 리얼무토를 3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흔들리지 않고 후속 세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요리했다. 브랜든 마쉬를 77.3마일 스위퍼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3회에도 선두타자 요한 로하스에게 커브를 던지다 좌전안타를 맞았으나 세 타자를 연이어 처리했다. 다시 만난 하퍼를 77.5마일 스위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4회엔 무사 2루 위기서 잇따라 삼진을 솎아냈다. 닉 카스테야노스에게 93.4마일 투심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기도 했다.
5회 선두타자 브라이슨 스톳에게 90.2마일 투심을 던지다 우월 솔로포를 맞았다. 그러나 몸쪽 낮은 코스의 보더라인으로 넣은 공이었다. 스톳이 잘 친 결과다. 2사 1루서 하퍼를 체인지업으로 2루 땅볼로 처리했다. 6회에는 삼자범퇴. 90마일대 초반의 투심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블리의 본질은 허허실실과 수준급 커맨드다.
MLB.com은 “라이블리는 친정을 상대로 성장한 선발투수의 모습, 영리한 선발투수의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앞으로 더 좋은 팀을 상대로 큰 경기들을 앞두고 선발진 보강이 필요한 구단에 안정적으로 힘이 된다. 클리블랜드는 선발투수 보강이 필요하다. 그러나 라이블리가 없으면 어디에 있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최고의 극찬, 제대로 인생역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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